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도시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수도권을 떠나본 적 없던 내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전에 하던 일을 그 지역에서도 계속할 수 있어서였다.
결혼 3년 차 중반 무렵, 남편이 말했다. "나 귀농하고 싶어." 세상에나- 이렇게나 간단한 문장이라니. 반대로 내 속은 복잡해졌다.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웬 귀농?
사실 나에게 귀농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귀농 13년 차 시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사과 농사를 지으시는 시부모님이 나이가 많아 농사가 힘드시면, 내 나이가 50대쯤 된다면 귀농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형님들과는 땅을 파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귀농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이냔 말이다. 남편은 귀농을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했다.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참외 농사를 지으러 갈 때, 자기도 사과농사를 지으러 가려고 했다나 뭐라나. 그런 속을 잘도 숨기고 이제 와 갑자기 표현하는 건 뭐람.
남편의 꿈이라는 귀농. 곰곰이 생각해봤다. 남편의 귀농 의사에 반대를 표해야 하는가, 찬성을 표해야 하는가.
귀농에 반대한다고 치자. 그러면 남편의 꿈은 사라질까? 시부모님께서 계속 농사를 짓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 게 행복할까? 지금 당장 꿈을 이룰 수 있는데, 그걸 누르고 다른 일을 한다면 일에 능률이 오르지도 열정적이지도 않겠지만,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귀농에 찬성한다고 치자. 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괜찮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엔 상사와의 문제와 차고 넘치는 일 때문에 쉬고 싶기도 했다. 일이야 뭐든지 다시 구하면 그만이다.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고, 남편이 행복해지는 일. 귀농을 선포합니다. 탕탕탕.
귀농하기로 마음 먹은 후 정말 신기하게도 모든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경기가 어려워 팔릴 것 같지 않던 집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팔 수 있었고, 이사할 곳의 집도 금방 구해졌다. 어린이집 대기가 긴 동네였지만, 아이 어린이집 문제도 단번에 해결되었다. 아- 귀농을 하늘이 돕는구나. 이건 해야 하는 거구나.
남편의 입에서 귀농이라는 말이 나오고 3개월 후, 우린 이사를 했고 남편은 직업을 묻는 칸에 '농부'라고 적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편에게 물었다. 부인을 어떻게 설득했냐고. 단순하다. 귀농이 꿈이라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도 물었다. 어떻게 귀농을 할 생각을 헀냐고. 이 또한 단순하다.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남편의 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