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에서 5분

누군 어떤 건

by 서희복

온기에 대해 생각이 많다. 뜨거움은 생각만 해도 눈을 감게 된다. 온도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왔다 갔다 울렁울렁, 그러니까 영원한 그대로는 없다. 끓는 물을 찻잔에 따르며 차를 고른다. 쿡 콧속으로 들어오는 아침 자극을 따라 페퍼민트 레몬티를 연다.


100℃ 5분이라는 초록색 메모에 갑작스러운 당황이다. 잔에 따르는 순간 100℃는 이미 사라지고 온기는 곤두박질일 테니 나는 마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시간 강박증을 가진 사람처럼 허둥대고 있었다. 티백을 넣고 펄펄 끓이라는 말은 어디서도 들은 적 없으니 그 박제된 숫자에 나를 떨군다.


숫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두려움은 숫자가 나오면 긴장하며 한참을 주시하는 버릇을 가지게 했다. 제대로 이해하면 좋겠다는 큰 바람이다. 왜 고정되지 않을 스펙트럼의 두께를 하나의 숫자에 가둬버렸는지 속이 탄다. 혼자 예민한 건지 세상을 기웃거려도 그리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괜한 미안함에 티백을 담그고 나도 담근다. 티백은 은은한 향으로 우러나지만 내 심장은 지글지글 익어간다. 세상살이가 생각과 맞아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다. 익어가다 결국 웰던으로 누군가의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 좋겠지만 100℃의 정점에 다다르지 못한 나의 심장은 이미 허무로 날아가 버렸다.


후~ 온도를 더 내린다. 공허한 심장 대신 쿵쿵대는 심장으로 찻물을 흘려보내려면 입천장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느긋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품은 온기여야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일요일이다.


월요일의 밭은 소리가 싫어 하루를 당겨 시작하는 여유다. 조금은 게으름을 부리며 월요일을 준비한다.


침대로 날아가 벌렁 눕기도 하고 문득 일어나 글도 쓰고 가끔 콧노래도 부른다. 휘파람도 좋고 갑작스러운 집중에 모든 세포가 바짝 긴장해도 좋다.


풀어지고 싶을 때 긴 날숨을 쉰다. 입술을 벗어나며 세상으로 태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좋다. 무엇으로도 가능한 갓 태어난 싱싱함을 언제나 기억하려 한다. 오늘 만든 페퍼민트 레몬티처럼.


오분 간의 백도보다 더 뜨거운 가슴을 나누어야지.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해도 좋다고 말을 건넨다. 오늘 마시고 있는 차 한잔에 마음도 생각도 가득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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