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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킨(鷄)

[영화] 네오 소라 감독, 2020 / 2025 한국

by 서희복

The Chicken, 14분 쇼츠는 삶 한 편의 비린내, 측은함, 아무런 감성의 맛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인정사정없이 벌어지는 생명에 관한 가슴 철렁한 철학이다.


하필이면 왜 닭일까, 제목에 끌려 보고 2023년 생을 마친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인 네오 소라가 감독했다는데 한번 더 멈추어 섰다. 네오 소라는 자기 이야기할 때마다 아버지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오퍼스를 본 이후 네오 소라 감독에게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같은 선 위에 그 둘을 두고 본다. 암투병 말기 아버지 생의 마지막 연주를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미세한 먼지의 울림까지 카메라에 담아낸 네오 소라의 내면 또한 나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보수 사회 내 극한 편견의 압력이 예술로 발화하기를 기대한다. 사생활은 관심 밖이지만 그것으로부터 나온 감성이나 표현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 속에서 감독의 내면마저도 이해하고 싶은 내 몫이다.




이것저것들이 금지된 곳에서의 삶은 끊임없이 하지 않아야 할 것 하고 싶지 않은 것들로 차 있다. 인간의 사투가 길거리에서 벌어지며 그 생명의 처분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없을 때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든 타인에 의해서든 도시 속 어둠에는 무관심이 안전장치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은 걸 빼꼼하게 연 창문 사이로 보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도시의 공포는 그곳 사람들의 습관이 된 지 오래다. 행동을 취한들 더 빠른 종착역이나 더 나쁜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들은 달랐지만 바라던 방향으로 걸어갈 수 없다.


죽음이 물처럼 흐르는 이야기다. 죽어가는 농도와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만 남을 뿐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건넨 물이 방치된 세상으로 새어나가 버리고, 생명을 품은 자의 물이 세상의 피와 섞이며 다른 삶을 준비한다.


피는 죽음인가 생명인가. 밖으로의 사멸과 안에서의 빛은 서로 바뀔 수 없는 것인가.


영화 포스터의 닭과 그것을 의미하는 한자의 과 늘어진 살의 선명한 붉은색은 생명이면서도 죽음을 의미하는 뜨거운 삶의 시작이자 종착역이다.


쏟아지는 양수에 기댄 피를 나는 생명으로 본다. 거기에 있었다는 또는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으로 끝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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