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의 『이별없는 아침』, 중앙일보사, 1984
자신도 모르게 존재하게 된 외로움이 아름다운 섬을 이루는 상상으로 시작한다. 용기 내어 문을 밀고 들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그 감성을 꾹 안는다. 섬이라는 존재와 부재의 그 사이에서.
Every life, especially at the dawn of its beginning, holds a rising moment that decides everything.*
슬픔을 들어 올려 한 올 한 올 빗겨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아무리 공허한 시간이라도 결국 자신이 다가간 사람들이 위안이 된다. 조용히 마음에 가라앉아 상처를 쓰다듬는 손길은 지금 가까이하는 사람의 온기로부터 온다.
마음의 선물과 잡을 수 있는 물건들 스님과 수니에게는 서로의 미래로 바래다주는 인사가 된다. 난초가 맞는 봄으로부터 기운을 얻는 새순들의 이야기가 수니에게 등대가 되길 바라는 친구의 바람을 가만히 듣는다. 그녀는 살아갈 것이다.
마주치지 않고 싶은 순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사람들을 만나 눈앞의 절망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석우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돌아와 정리하는 수니에게 말을 걸고 그런 통증의 순간조차도 그저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슬프구나 이제는 보내야 하는구나. 마음속 가득 찼던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제는 비워내야 하는 거구나.
석우와 수니의 딸아이 아들아이에 대한 소망들이 너무 생생하고 행복하게 빛나는 시간들에 가슴이 아팠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그들의 미래, 아니 단 한순간으로 정전이 되듯 무참히 닫혀버린 그들의 순간들이 참고 있던 먹먹함을 눈물로 흐르게 했다.
아직 마치지 못한 그를 위한 선물을 그대로 자신에게 담아 더 굳건해지려는 마음을 친구에게 편지로 쓴다. 겪고 또 겪으며 이겨내고 싶다는 수니, 무엇이든 스스럼없이 소리치며 나누었던 친구에게 다시 그럴 용기를 내 보겠다고, 그게 언젠지는 알 수 없다고 남기는 마음에 나도 함께 채비를 한다.
같이 가자.
나도 지금 필요한 그때 수니의 용기, 내게 닿지 않아 그 그늘에 동행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보게 되겠지. 수니가 내딛는 한 걸음에서 오는 삶에 대한 그 의지를.
살아야지.
그래.
▣ *: 한영번역 by 서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