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재가 남긴 (에필로그)

한수산의 『이별없는 아침』, 중앙일보사, 1984

by 서희복

그 소설의 끝에 작가가 선다. 한수산의 1984년 가을로 나도 떠나 그가 마지막일 거라 했던 '사랑'에 관한 소설을 마친다. 내 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이라니. 그런 게 가능한가.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는 마지막이 없다. 그저 거기 있으므로.


어른들이 애써 표현하지 않는 심장 아래에 고여 있는 민낯의 감정들을 모으며 살았다. 풀풀 날리는 먼지 덩어리처럼 가볍게 풀썩이는 채로 무엇이 눈물인지 어떤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다. 오래전 읽고 가슴에 담아, 내가 쓰는 글들이, 가슴이 찢어지거나 통증에 입술을 다무는 순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수산을 떠올렸다. 이 소설을.


아마도 나는 조금 더 강해진 것 같다. 한수산이 담아 둔 그 40년 전의 흐릿한 죽음을 나는 더 명쾌하고 단단하게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사라짐에도 어떤 종료에도 태연하게 무덤덤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녀가 갔다.


그녀의 남자가 떠나가고 그녀의 시인이 사라지고 타인의 눈물이 흘러가고 사랑이 파도 위에 부서진다. 수십 년 전의 그 감정이 그 아래 자잘한 슬픔과 통증들을 감추고 지금도 이어져 계속된다. 그게 사랑 아닌가.




글을 쓰는 사람을 사랑한다. 글 안에 붉은 통증이 흐르는 심장을 감춰둔, 그런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또한 그 심장에 멈춰 설 줄 아는 감성을 가진 사람을 기다린다. 붉은 열기를 뒤지며 같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끝이 아닌데 끝이라 보여야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