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아 어쩌려고 그래

[검은 십 이야기]

by 서희복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렸다, 어어이 어어이. 꽃상여니?


내가 사랑하는 그녀, 상복이의 글이 죽었나 보다. 그녀의 기대가 통곡을 해도 그 누구도 위로하지 않았다. 상주는 어디 갔는지 응대는 없다, 항상 그렇듯. 땅으로 꽂힌 검게 각진 뭉텅이 속에 그녀들과 그들이 갇혀 버렸다, 그 두툼한 '십' 속에.


십 주년이면 검으튀튀하고 이십 주년이면 하야튀튀할 건가. 내 그녀의 곡 소리에 검게 앉아 슬프다. 하필이면 하세월이 뒤숭숭하고 복잡한데 검게 드리우는 축하 형상화에 한방 크게 웃다가 울다가, 하! 어어이 어어이.


흑백의 갈림길이 난 장례식장에는 하얀 초대장과 검은 살풀이 춤이 함께 너울거린다. 수직으로 갈라치고 수평으로 줄 세우니 수직이나 수평이나 갈라선 물길이 다르고 물이 흐르는 속도가 다르고 솟아오르는 탄식이 제각기 눈물 흘리며 흩어진다.


마음을 거스르는 흉흉한 소문은 검게 변하기 전부터 스멀스멀 귓등으로 올라왔다. ‘스토리’가 빠진대요, ‘스토리’가. 왜? ‘며느리도 모른데요.’ 꾸역꾸역 입속에 밀어 넣고 내리눌러 배설만 하라는 건가.


손에 쥘 것이 도대체 없는 상주는 대단히 뿔이 나서 순수하게 열일하던 내 그녀를 받아 버렸다. 스토리를 쓰고 있었다고요, 새로운 이야기 구상도요. 스토리가 빠지면 다 빠지라는 건지 동서남북 위아래로 눈치만 흘끔흘끔 비루하게 앉아 있다.


상복아 지금 어디야?

상주는 어디 있다니?


여기저기 갈라진 오래된 도로 한복판에 떡 서 있는 식당에는 철거하라는 바랜 나무 간판이 왼쪽 아래에 댕글댕글 삐뚤 하게 매달려 아슬아슬하다. 깨진 유리창 너머 기름기 가득한 싸구려 소시지 튀김이 대부분인 브런치를 나의 상복이가 멍하게 바라보고 있어. 어쩌려고 그래.


셰프도 없고, 은쟁반을 들고 서빙하는 웨이터도 없고, 제대로 운영하는 주인도 없으니 매니저도 없어, 아무도 없어도 되니 방향도 없고. 누구도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다가, 그럭저럭 될 대로 되려다가 ‘스토리’도 빼앗기고, 오늘 나의 상복이는 검은 상복을 입고 브런치가 놓여 있는 식탁을 향해 곱디곱게 절을 한다, 두 번 반.


상복 입은 주인장도 없으니 장차 이 일을 같이 논할 시간도 공간도 없게 되는가 보다. 하기야 지금까지도 그런 일은 없었으니 저런 일도 없는 건 당연지사. 그런 기대 저런 기대 움켜쥐고 있어 봤자 어떤 친절한 설명도 없는 이 구역이 변할 것 같진 않다.


그저 하라는 대로 하고 쓰라는 대로 쓰고 내라는 대로 내고 오라는 대로 우르르. 착한 사람들이 모두 상복을 입을 때까지 주인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상한 나라의 브런치, 아니, 지금은 커다란 검은 ‘십’이 공포다.


상복아, 어쩌지?

검은 10 또는 끈끈한 -ship,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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