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느다란 구멍으로부터

돌아서려는

by 서희복

맞지 않는 크기 앞에서 서성거린다.


세상이 항상 마음에 딱딱 맞거나 몸이 기댈 수 있는 넓이가 아닌 걸 안다는 게 문득 너무 서러워 마음이 시리다. 그걸 깨달아 버린다는 건 뭉텅 다 자라서 끝이 갈변하며 오그라드는 부추 같은 꼴이다. 틱! 따버려야 하는.


어른이라서 더 강해야 한다는 것도, 그러다 부러지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알면서도 되뇌기조차 싫을 때 바람을 마주하고 걷는다.


잠이 부족한 세포 구석구석마다 한아름의 나른함과 회복되지 않을 회한의 시간을 놓고 일어선다. 눈을 감으면, 와야 할 것들은 더 멀어지고 가버린 것들의 잔상만 넘실거린다.


살아가는 거

따라가는 거

바라보는 거

돌아서는 거

쉬워지는 거


원치 않았던 것들을 가만히 헤치고 발을 옮긴다. 그대로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다시 되돌아오고 싶을지는 알 수 없다. 어디쯤까지 가야 하는 건가.


한 걸음마다 그 뒤에 쌓아지는 저 뒤 편이 투명한 유리벽이 된다. 다 바라다 보이는 더해지는 미련에 더는 갇히지 않기로 한다. 두려움을 내려두고 다시 내려둔다.


아이도 어른도 맞서기 싫은 순간에 눈을 감고 싶다. 하지만 세상이 떠미는 빛을 향한 분주함에 들어서서 자신을 잃고 타인을 바라보며 갈증 내는 시간들에 닳는다. 그러지 말자 그래도 될까 그러면 어디까지 사라지나.


볼 수 없는 것을 갈망하다가 눈이 멀까. 방향은 잃는 걸까 잃어질까. 가만히 붙잡고 선다, 걸어온 속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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