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좋은 상상만큼이나 밝은 기대가 넘치고 걱정 사이를 채우는 가느다란 희망에 기댄다. 매일 새로운 어떤 일들이 생기면 그 그늘을 따라 불안을 들인다. 쓰디쓴 찰나들은 오히려 다가올 시간에 빛을 비춘다. 써야만 떠오르는 달콤했던 기억들이 그 기대를 더하며 안타깝다.
입안이 쓰다.
시작의 매듭이 꼬이고 꼬여 순간의 당황에 졸도할 것 같아도 존재하는 한 시간과 병렬이다. 시간이 가는 만큼 한계를 두드리고 광속의 순차 해결 능력만이 구세주다. 언제나 나타난다던 그마저 나를 버렸구나 할 때쯤 이상하고도 신선한 동아줄이 줄줄 내려온다. 간신히 닿아 잡아당기면 별 힘이 필요 없이 허무한 경우가 있다.
삶이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 마음을 풀가동해서 가까스로 만난 생명의 순간이 너무 쉽게 무너지며 자신을 훌렁 내맡긴다. 스르르 흘러내리는 쓴맛에 온전한 불안이 덥석 안긴다.
이렇게 쉽게 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쓰다.
모든 것이 결국 맞춰지는구나 시시한 웃음 속에 문득 눈 속에 박힌 외계 생명이 질문을 한다. 너 어디서 왔니? 버려진 명왕성의 끝자락쯤에서 온듯한 희멀건한 엉뚱함에 다시 대적할 기운을 끌아 올린다. 이런 쾌감, 살게 한다.
그 순간만 할 수 있는 응대의 말들이 의도하지 않은 두 입술을 통해서 오물거리며 나간다. 소리가 앞자락에 흘러내리며 뻗어 나가지 않으려 몸부림이다. 이미 닿아 상대는 얼굴이 붉다. 해야 할 말이 괜한 허세가 밴 권위가 되면 모두를 침묵시키는 명약이 된다. 약을 흠뻑 먹인 입을 손가락으로 억지로라도 벌려 원하는 것을 긁어내고 싶지만 권위가 폭력으로 되는 최악은 피해야 한다.
사람이 있는 곳은 다 쓴 곳이다. 입으로 휘둘린 기세가 쓰고 눈으로 눌려버린 비루함이 쓰다. 쓰다 쓰다 견디지 못할 만큼 쓰면 가장 쓴 맛을 보려고 쓴다.
부끄러움을 널어 바짝 말리고 싶다.
타닥타닥 한 글자씩 새길 때마다 쓰디쓴 과오들이 튀어 오른 날치처럼 싱싱하게 포효한다. 내가 한 쓴 짓들을 툴툴 털어 걸어두고 무관심한 거리에서 바람에 날려 헤지라고 쓴다.
훨훨 다 가져가라. 그 모든 오래된 쓴 맛들을 다 털어가고 새로운 쓴 맛들로 다시 쓸 수 있도록. 벌어진 빛의 틈에서 눈부셔 죽어 가는 것보다 손을 더듬으며 조금씩 나가야 하는 암흑 속을 택해야지.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감촉의 희열은 고뇌 사이를 채우는 도파민이다.
그 사이를 산다. 그래야 한다. 매번 단호하게 돌아설 준비를 하는, 쓴다는 것. 그것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