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용 도파민

03 [영화] 마티 슈프림 by 조쉬 사프디 감독, 2026

by 서희복

정상, 그 쾌락적 집착으로부터 두 시간 반동안 숨이 찼다. 포스터에서부터 숨 쉴 여유는 없었다. 같이 전속력으로 달리며 울다 웃다 콧방귀 뀌다 서늘하게 식었다가 체념했다가 마지막 뜨거움까지 갔다. 몇 초의 카타르시스적인 엔딩 밀도가 믿기지 않았지만 그게 바로 미국적 가벼움이다. 리기 한번 더 해야 할까 보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정한 목표를 향해 무자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생계를 위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열정과 충동이 이끄는 대로 순간의 도파민에 의존하면서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단 하나, 정상에 서고 싶다.


그의 질주와 그를 둘러싼 불온한 두께와 피를 배반하는 비루한 자본의 욕망이 커다란 굉음을 내며 사방에서 부딪힌다. 도둑질을 하고 유혹을 하고 섹스를 하고 경쟁자를 베어내고 싶은 독한 욕망의 온도를 유지한다.


하나의 스포츠가 자유의 돌파구가 되고 서커스가 되고 한 사람의 지독한 목표로 꽂힌다. 기다리는 사람의 눈에는 불안과 눈물이 정자와 난자를 거쳐 생명으로 자란다. 첫 장면, 못을 박는 생명의 신비다. 풉! 웃었다.


거짓이라도 그의 시간에 머물고 싶은 진심의 기다림을 빼고 나면 그저 지금을 맹렬하게 살아내려 항상 탈출하는 욕망 중독자일 수도 있다. 1950년대의 집요한 상황들을 엮어 내는 감독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각 사람들이 처한 그 시대의 절실함과 관계의 끈적함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화를 부르는 아니 자처하는 인간, 이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삶에는 뜨거운 열정이 심장을 뒤흔든다. 누구라도 그 앞에 나타나면 도구가 된다. 아주 매우 기발한 도전과 생각의 재빠른 전환과 궤변에 혀를 내두른다.


그 속에 상처가 아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유대인 수용소에서의 이야기에 놀라게 되고 적과의 동침을 제안하며 기어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자신을 굳건히 지킨다. 위신과 명예 따위는 멍들어가는 엉덩이로 날려 버리고 하늘을 빌려 나는 그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에 이상한 경외감이 들었다. 나이도 재산도 상황도 관계도 돈도 시간도 그에게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유효하다. 스스로 이루는 위대함.


가장 독하고 빠른 질주는 그가 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자기 목표에 치밀하다. 사람을 가지려는 자, 전전긍긍하는 자, 빼앗고 싶은 자, 복수하는 자, 섹스하는 자, 이성보다 충동이 지배하는 군상들의 스프린트다.


Marty Supreme, 결국 돌아갈 길을 알고 있다. 감격으로 잡힌 주름 사이로 흐르는 눈물 속에는 핏줄이 뜨거워지는 순수한 진실이 있다. 이마저도 너무 달리다 보니 엔딩 크레디트 후에도 꽤 오래 멍하다.


기네스 펠트로가 기네스 펠트로로 나온다. 하지만 순간의 플래시와 육체적 도취를 따라 뜨겁고 부끄러운 오버랩은 그녀가 아니라 연기라 단정한다.


티모시 샬라메의 폭발적인 속도감에 매료되었으나 컴플리트 언노운과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 지금껏 내겐 최고다. 더 보여줄 것이 많은 티모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