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차오르는

16 [영화] 렌탈 패밀리 by 히카리 감독, 2026

by 서희복

50 미터 레인을 따라가다 가끔 꾸르륵 잠수를 했다. 영화가 저물어가며 끓는 듯 가득 차올랐던 눈물을 한 방울도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외부 물의 압력이 몸을 누를수록 마음속에 담았던 것들이 뜨겁게 꿈틀거렸다. 원래 모습 그대로의 귀한 찰나들이 내 안에 오래오래 머물기를 바랐다.




이미 무언의 약속으로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고 모이고 헤어졌다가 모르는 척하는 세상이 된 지는 오래다. 피로 이어졌던 끈적한 점도를 쉬이 포기하고 한계를 정해둔 역할을 고정하여 팔고 사는 세상이 낯설지 않다. 자신에게는 없는 호칭의 공백을 메우려는 것 또한 결핍을 채우려는 얕은 소망으로 값싼 위안이지 않은가.


'건조하고 객관적으로'라는 말 자체는 정서나 감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도전을 상상의 재미로만 두지 않고 인간을 시험하기 시작하면 도전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결과로부터 무엇이 닥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수행되는 동안 잠시 흔들리고 부정하지만 되돌릴 시간은 없다.


단지 후폭풍이 거대하게 마음을 덮치면 쓸려가지 않으려 해도 이미 영혼은 괴사 중이다. 영화는 거기까지 가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는 살이 썩어가든 마음이 곪아가든 타인의 심장을 얼마나 게걸스럽게 파먹든 상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무감각이 인간을 다른 변종으로 만들 것이다.


갈라진 틈을 바라보며 서로 지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보다 바라보는 시선을 성급히 만족시키려는 욕망과 맞설 용기 없이 기만 속에서 삶의 자유를 찾으려는 위태로운 시도들이 만연하다.


시간이 필요한 통증들이 언제나 존재하고, 마주 보며 이해시켜야 할 관계들이 가까운 곳에 있지만 세상은 빠르고 쉬운 방법에만 골몰한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사람을 기르려 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은 힘으로 사람을 키운다.


가까운 눈빛이 필요한 곳에 타인의 시선을 사고 체온을 나누며 대화가 필요한 곳에 전문가의 혀를 쇼핑한다.


인간의 정서적 심리적 균열은 충분한 시간과 온기로 가득한 진심으로만 치유가 가능하다. 특히 결핍의 시간이 긴 아이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