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태양의 전갈
드손등에 흩뿌려진 얼룩 위로 물고기자리가 꼬리를 두고 다른 방향으로 희미하다. 떠오르는 이미지로만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는 여린 별자리, 물고기자리가 빛을 따라가고 있다.
태양이 숨어버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검은 바탕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에 어둠을 채운다. 채우려는 의지가 아니어도 채워지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태양이 보내올 먼지 같은 무수한 입자들이 그 강렬한 재채기로 세상을 향해 산파하면 어둠을 가득 채운 눈을 향해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뜨거운 알갱이가 날아들어 경계를 두드리면 반항과 저항으로 투명한 막이 흔들린다. 언 땅의 끝이 열리고 빛의 꼬리가 날아들 때 마침내 어둠을 가득 품은 눈이 호흡을 시작한다. 대기를 떠돌던 흐리게 일렁이는 녹색의 움직임을 따라 쏜 시선의 화살은 그 끄트머리를 차지하였어도 서두르지 않는다.
들떴다가 가볍게 부유하다 평온을 되찾는 태양의 힘, 그 빛이 탄생하는 그 길을 따라 마중을 간다. 북극의 곰들과 같이 기다릴 것인지 남극의 펭귄들을 모아 떠날 것인지 설레는 흥분으로 시간을 센다.
사는 동안 보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많다 해도 위시리스트의 끝 모서리에서 희박한 꿈을 꾸다가 어느 공간 힘을 준 날갯짓이 상황을 바꾼다. 지금 살고 있는 행성이 밀도 높은 이산화탄소 호흡 속에 생명의 힘이 변해가니 아마도 태양이 가끔씩 즐길 거리를 보내주는 건지도 모른다.
녹색이었다가 푸르다가 주홍이나 적색이기도 한 그런 다양한 색깔의 먼지들이 기운을 잃으며 가라앉을 때, 마지막 숨을 거두어 가라며 허락할 때 스며 나오는 찰나의 빛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게 평화롭고 관대하게 때론 이성적으로 가끔은 자신도 데어버릴 만큼의 뜨거운 온도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 마지막 존재의 실체를 가장 현현한 빛으로 남기지 않는가.
자신을 만족시키려 욕심내지 않고, 타인을 유혹하기 위해 과장하지 않고, 그 어떤 비인간의 힘도 빌리지 않고, 진지한 어둠이 가득한 눈으로만 고스란히 그 초자연을 맞이하고 싶다. 태양이 쏘는 거대한 진심, 오로라
나의 위시리스트 끄트머리였던 그 빛을 맞을 수 있는 까만 새벽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