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지 않은, 죽어가는, 죽은,

[영화] 다이 마이 러브 by 린 램지 감독, 2026

by 서희복

전라도 어느 낯익은 지역을 시詩로 돌아다니다 만난 한 구절에 무언가 뭉텅 사라졌다. 웃을 마음도 미어지는 가슴도 터질 심장도 없이 이상국의 시 어디쯤에서 그저 서있다.


한 때로 충분했어야 할 불안은 해체되어 다시는 봉합되지 않는다.


서쪽으로 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혼자 뒤적이며 초조하게 손을 비빈다. 왜냐면 그녀는 훨훨 붉은 불길이 열린 서쪽으로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무존재와 다르지 않았던 비존재로서의 실존은 가능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시선에 꿰어진 삶은 닿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닿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의 공허다. 비어있는 그 어느 공간에도 그녀가 디딜 곳은 없다. 세상에 남기는 그녀의 몫, 무죄의 순수, 가장 그녀 다운 그녀를 그곳에 두고 머뭇머뭇 서쪽을 향한다. 그럴 수밖에 없으므로.


황혼의 오렌지빛 불길이 그녀가 걷고 있는 숲을 덮치고 세상으로 퍼져나가 붉게 타오를 것이다. 삶도 글도 흔적도. 그녀를 따라가다 살갗을 태우려는 열기에 멈추어 돌아오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비탄에 잠긴다.



나 지금 너무 멀리 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그래도 며칠 더 서쪽으로 가보고 싶은 건

생의 어딘가가 아프기 때문이다


- 이상국의 시 '줄포에서' 중에서


Having come too far,

I do not know whether I can return.

Even so, I wish to go west for a few days,

for some part of my life aches.


- Translated in English by 서희복


▣ 사진 from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