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X를 담아, 당신에게 by 테아 샤록 감독
Wicked Little Letters Directed by Thea Sharrock
X를 담아, 당신에게 by 테아 샤록 감독
'ㄴ$&ㅁ ㅆ@#ㅂ, ㄱㅂ^&()ㅈ ㄷ&*ㄹ% ㅎㄴ%^ㄴ@ㅇ~!'
Oh fuck off you pasty old shrivelled old piss bastard fucking old cunt!
X가 나열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가?
그런 X들의 사이마다 끼어 있는 내면의 억압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마음속에 가라앉은 심리적 불편감에 대한 인식,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마주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거대하고 부풀려진 서술적인 욕은 그 욕을 하는 사람의 심리적 억압을 나타낸다. 이 상황을 견디려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꼭지가 돌았다는 것을 입이 터지도록 소리쳐 보는 것이다.
혼자서는 가속도가 붙어 심각해지는 감정 풍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니 무고한 타인에게 전달된 X의 충격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펄쩍펄쩍 뛰면서 히스테리적 쾌감을 즐기는 것이다. 어떤 불편한 상황을 견디려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X이후 순간적으로 감정이 정리되는 듯 하지만 그런 저런 상황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게 삶이니까.
사회적으로 옳아야 해서 그저 따라가며 의문을 쌓는다. 반항하면 나쁜 거라서 속을 감춘 복종의 미소가 부모와 선생을 기쁘게 한다. 질문도 호기심도 반항이라 아무 때나 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어른 앞에서 분노나 나쁜 기분을 표현하면 안 되는 거라 눈을 내리깔고 고분하게 듣는다. 저 건너편에서 아이고 착하다 칭찬이 날아온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이쁨 받는 나는 모범생이다. 세상에 발맞추며 인정받으며 행복해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착하다 고상하다 롤모델이다 할 때마다 얼굴에 미소 함박 지으면서도 어딘가 뭔가 약간 살살 허전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려니 한다.
영화나 한편 볼까 하다가 좌석 선택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C8... 이란 번호에 눈이 딱 커진다. 혼자 집에서 예매하면서 누군가 볼까 봐 두리번거린다. 그 C8번을 누르면서 드는 묘한 쾌감이 좋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짜릿함이 시작되었다.
문서작성 글자크기 18, 누군가 욕 대신하는 '신발'이나 '식빵'이라는 글자만 봐도 흥분 지수가 높아지며 살맛이 벌컥벌컥 난다.
슬쩍 일기장을 펼쳐 한 개씩 써본다. 처음 쓸 때는 가슴이 방망이질을 치더니 계속 쓰고 읽고 보고 소리 내어 보니 삶의 생동감이 솟아오른다. 모험을 해볼까. 강도를 계속 높이고 싶은 충동에 아드레날린의 도가니가 된다.
종이에 새겨진 가득한 C8들이 세상으로 뿌려지며 높아지는 흥분도는 사회적 발각의 위험성과 비례해 가며 내면의 칼춤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결국은 무서운 감정적 폭발, 사회적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내가 만일 이렇게 살고 있다면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축적되고 있는 금기 또는 불편한 내용이나 감정들이 있다는 거다.
그게 뭘까.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억압'이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들여다보려 마음을 여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라고 해서 선생님이라고 해서 나랏님이라고 해서 그들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표면적인 수직이 내면적인 수평을 향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내가 매일 C8신발18식빵을 걸신들린 듯 찾아다닌다면 내 안에 가라앉은 감정이 얼마나 깊이 들어앉아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한다는 것, 그게 제대로 자신을 잘 돌보며 사는 길일 것이다.
사진: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