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갈등과 눈치 속에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사는 한 계속될 것이다. 혼자가 디폴트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꼭꼭 여미고 살다가 사람이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락날락하면서 새로운 시간을 산다. '나'라는 인간 특성이 타인의 목을 죄고 그들의 삶을 탁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안 이후부터 차리리 보이지 말자고 했었다.
이제 다시 시작하겠다.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긁어모은 경박한 글 배지를 수두룩 달고 자본주의스럽게 장사하는 사람들을 본다. 온라인에 넘쳐나는 장사치들을 물리칠 힘은 결국 자기 자신의 단단함으로부터 온다. 하지만 단단한 자신이 못된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그냥 속는 셈 치고 발을 들였다. 조금 다른 곳, 다정하게 읽으며 쓰며 그곳에서 살 힘을 얻게 되는 행운이 왔다.
피드백에 항상 여지를 주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자신의 이기를 챙기고 자신을 새기려는 사람들, 타인을 뜯어다 자신을 장식하려는 천박 속에 겁먹은 영혼으로 살았다. 자신을 향해 쓴 글조차도 밟고 지나가는 조소 속에 외로운 날이 많았다.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내 마음이 진하고 아파서 포기하지 못하고 기다렸던 날들이 커다란 통증으로 남았다. 결국 읽지 않을 텐데 기대하지 말 것을.
'너는 왜 이렇게 비릿한 아픈 사랑을 쓰는 거냐'
'세기말적인 깊고 짙은 사랑이 무얼 남기냐'
'시간과 공간, 육체와 존재에 대한 사랑이 아프다'
'러브레터와 미저리 사이에 너의 심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살아낸 아픈 순간들이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벌거벗겨지며, 겉보기에는 조용히, 마음속으로는 폭풍으로 휘돌며 마무리되었다. 퇴고를 위한 수정의 결정은 내가 하지만 무한한 감사는 그들 몫이다. 그렇게 가슴으로 내 글을 읽고 말을 건넨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 나는 여전히 뚝뚝 떨어지는 통증의 파편을 조금은 용기 내 바라보려고 한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이 상처가 되었다가 나를 다시 세운다.
□ 사진 - 파과(영화, 2025)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