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짊어진
무게인지 벌인지 알 길이 없다. 안고 받아야 할 것이라면 내 몫이 맞다.
햇살을 찢을 듯 찬란하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의 늪에서 산다. 믿기 힘들 정도의 매력에 빠졌다가도 갑자기 씁쓸한 혀끝을 잘라 뱉어내고 마는 미스터리, 부정성의 인간, 그런 색깔로 혼자가 되었다.
원래 그렇게 써 내려간 거였다. 소리 내지 않았지만 그런 뜻이었다. 불규칙을 감당할 수 있겠는지. 달아오른 불판 위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처럼 그런 것을 목격하면서도 고스란히 참아낼 수 있을지 안타까운 거였다.
비어버렸다는 것이 여백으로 기억되기를 바랐지만 이제 숫자로도 잴 수 있는 물리적인 공백이 되었다. 그런 공허의 슬픔마저 떠안아야 할 무게다. 채워져 있을 땐 어떤 사랑인지 혹여 집착인지 괴로워하다 스스로 내린 벌, 더 가혹하다. 무게 맞는구나. 벌도.
있을 땐 잡을 수 없을 만큼 투명하다 심장을 퍼도 퍼도 모자라 죽을 듯하더니, 없으니 투명이 빠져나간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네 개의 방이 모두 다른 색깔로 몸부림친다. 여전히 불안하고 불규칙한 심장에 들인 방들, 코발트블루와 스카알렛 레드가 공존하며 섞여 홀연한 보라가 되었다가 빠져나가는 투명한 길.
견뎌야 한다. 그러기 싫다. 어떤 방향으로 놓아 버릴지 여전히 주춤거리는 그림자를 본다. 어떤 없음은 그대로 깨끗하게 비워지는데 어떤 없음은 왜 더 당황이 가득한 건가.
저 어둠 끝에서 달려 나와 지금을 지나 다시 저 심연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이제 나는.
이런 증상의 이름이 뭘까.
알아내서 치료할 거다.
작명소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