渴
아니라면서 일 밀리미터의 긴 세로 공간을 좁히지 못하고 포기한다. 누르는 순간 신호음이 갈 텐데 그러지 못한다. 그럴 수 없다. 괜찮다면서 짓눌림의 압력을 견뎌내고 있다.
때가, 그 순간이 그렇게 홀연하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저 안으로부터의 소리가 명백한 새벽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언제가 언제인가.
다 잘 되는 시간은 오지 않는다. 그냥 공허히 바랄 뿐이라는 걸 공허해지고서야 알게 된다. 계속되는 바래짐이 두렵지만 처음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안다.
포기하려고 모질고 거칠었던, 잡아 달라고 소리 내지 않고 격렬히 투정했던, 떠나가는 안갯속을 멀쩡히 바라보며 눈물 흘렸던 모멸스러운 시간들로 회귀는 없다.
부딪혀 사라지고 마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들이 주검으로 차례대로 들어오는 길을 막지 않는다. 그만큼 아픈 길에는 딱 그만큼의 새살을 위한 순간들이 차분히 생겨나겠지. 기다리는 것뿐 아무것도.
품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순간들, 예술이라고 부르지 말아야지. 너무 쉬운 길 위에서 수많은 미끼를 드리우고 눈을 내리까는 초라한 단어들의 행렬. 유혹에 발 딛지 말아야지. 코를 찌르는 자극의 향기에 눈감아야지.
개나발 같은 의미의 압력을 견뎌야 하는 詩, 發, 제발!
닿치려는 渴
보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