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by 서희복

삶의 틈 사이에 죽음이 있는 건지 죽음의 틈새에 삶이 고여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어디에 썼었는지 읽었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언제나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삶인지 죽음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한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산카페의 누군가 산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한다. 그는 행복했을까.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심장이 멎는 순간을 행복이라고 불러야 할까.


글을 쓰고 글을 마시고 글과 자는 사람은 글을 통해 자신을 정리하게 될까. 자신의 어떤 증상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는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방에 닫힐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에피네프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쌓여가는 신호들을 받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축복받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두렵지만 우린 모두 끝을 향하고 있다.


심장은 그런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순간을 언제나 책임지는 그런 마음이면 심장의 허락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손을 얹는다. 만질 수 없는 나의 심장이지만 얇은 거리를 두고 나를 살리려 분주하다. 오늘이어도 괜찮아.




가까운 어느 날 나의 새로운 본거지가 될 곳으로 새벽을 열며 걸었다. 아직은 눈물 나는 이질감에 자꾸 뒷걸음질 치게 된다. 읽고 쓰는 것을 허락하게 될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은 뒤틀린 사차원의 현기증이다. 예민한 감각기관을 하나씩 개별로 온오프 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덜떨어진 꽃가루 사이에 나의 콧물이 고여 있고, 먹지도 않는 생고기, 불판 위에 살 태우는 냄새가 진동하는 각진 삶의 열기들, 술과 담배연기로 들끓을 주변의 공간이 두렵다. 차원이 멎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 시각을 끄고 후각을 끄고 촉각으로 찾아들어가는 내 공간으로의 길이 마음속에 또렷하게 새겨지기를.


살게 되는 건지

끝을 보게 될지

진공의 나의 눈

주름진 내 심장

멀리 떠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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