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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만드는 것

by Editor 로이린

주말 오전 카페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준비한 자료들을 살펴본다. 살면서 주말 시간에 카페에 와본 건 모닝커피 한잔하며 미뤄뒀던 책을 보는 일이었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최대한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브랜드 디자인을 위한 외주 계약서 작성 미팅이 있는 날이다.


사실 희진에겐 오늘이 두 번째 미팅이다. 한 달 전 1차 시안 미팅이 있었다. 희진은 브랜드의 네이밍과 컨셉부터 제품의 패키징까지 가능한 한 시각적인 자료를 만들기 위해 힘썼다. 이런 일일수록 글보다는 한 장의 이미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근접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희진은 첫 미팅 자리에서 이 담당자라면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2시간 미팅이 금세 지나갈 만큼 주고받는 대화가 물 흐르듯이 잘 이어졌다. 희진이 놓친 부분이 있다면 날카롭게 제안해 주는 모습에 더 필요한 사람이라 느꼈다. 희진은 진지한 미팅 자리이므로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 작업이 설레고 즐겁기까지 했다. 앞으로의 결과물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올 것 같다는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음미하며 서류를 들추다 보니, 디자이너 영민이 가까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희진님! 잘 지내셨죠?"

"아, 반가워요, 영민님. 잘 지내셨어요?"


희진은 지난 1차 미팅을 토대로 어떠한 시안들이 나왔을지 궁금해 서둘러 자세를 고쳐앉았다.

영민은 희진이 설명해 주었던 컨셉들에 기반한 시안들과 보다 더 확장된 시안들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희진은 보는 내내 눈이 빤짝거릴 수밖에 없었다. 레퍼런스를 보며 의견을 나눌수록 앞으로 만들어질 브랜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1시간이 어느덧 흘러, 희진과 영민은 브랜드 로고와 모티브 결정을 위한 다음 미팅을 기약했다. 그리고 희진은 브랜드 디자인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조건들을 살펴보고 서류 하단에 희진의 이름 세 글자를 적고 서명을 마쳤다. 그전에도 많은 계약서를 써봤지만, 계약서 하단엔 항상 직장 대표이사님의 이름이 적혀져 있던 곳이었다. 스스로 결정한 첫 계약서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과정들이 기다려지는 설렘은 보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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