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계기로 다양한 연결고리들이 나를 새로운 환경으로 이끌었다.
9월 29일 이태리 나폴리에 도착했다.
이태리 북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정이 많은 사람들임을 느끼고는 서서히 마음이 풀어졌다.
이곳에 온 이유는 이태리에서 재배되는 원료를 활용한 천연 향을 배우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맡았던 향과는 다르게 원료 그 자체의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레몬, 베르가못, 오렌지 등 현지에서 추출된 신선한 향은 내가 그동안 맡았던 인위적인 향과는 달랐다.
시트러스 한 향을 원체 좋아하는지라 마치 과즙 속에 빠진 것처럼 황홀했다.
그런 향료들을 가지고 만든 그들의 브랜드는 깊이가 달랐다.
게다가 이 향이 만들어지기 전의 영감에 대한 이야기는 열정이 가득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 자신에게도 되뇌며 물었다.
“나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시작 단계부터 꽤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영감의 출발, 영감의 분석, 영감의 도출 등 디테일하면 할수록 제품도 더 탄탄해진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찾았다.
그곳은 외부의 소리보다 내면의 침묵이 크게 울리는 공간이었다.
차분한 벽과 단정한 빛, 그리고 고요한 향기 속에서
내 안에 남은 질문들과 마주했다.
사유의 방 안에서 천천히 기억의 향들을 꺼내보았다.
내 안의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라는 것을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