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브랜드 운영을 병행하면 더 지쳐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회사 생활이 가장 힘들 때 오히려 브랜드 준비에 더 몰두하고 있었다.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날에도 브랜드와 관련된 일만큼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손이 갔다.
회사에서는 늘 평가받는 위치에 있고, 조직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내 의지대로 무언가 온전히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때론 언제든 대체 가능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런데 브랜드 안에서는 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결정했고, 정답이 없어도 내가 방향을 정했다.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물론 브랜드 운영이 나에게 거창한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제품 하나를 고민하고,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지를 다시 정리하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잠시 멈췄다. 그 시간만큼은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아도 됐다.
돌아보면, 브랜드가 나에게 준 위로는 ‘성공’이 아니라 ‘집중’이었다.
아직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가 만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그건 나를 증명해주는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 같았다.
어쩌면 브랜드는 힘들 때 나를 멈추게 한 공간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출발점에 가까웠다.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함께 안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브랜드 운영이란 위로이면서 동시에,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나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