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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Jul 18. 2023

영어강사

세상 밖으로 다시 발을 내딛다  

영어 번역을 시작했지만 실력이 쌓이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은 일감이 많지 않아 수입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남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영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채용사이트를 또 기웃거리게 되었는데 바로 옆옆 동네 어학원에서 파트타임 영어강사를 채용하는 공고가 눈에 띄었다. 월수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근무였고 페이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재택근무 외에는 선택지를 두지 않았었는데 퇴사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고 그동안 충분히 재충전이 된 것 같아서 대면근무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입사지원을 하고 면접을 본 뒤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존 한국인 선생님은 곧 출산에 들어갈 예정이라 대체 강사를 구하는 자리였다. 수업은 한 반에 원어민 강사 1명과 한국인 강사 1명이 지도를 맡고 아이들은 학원에 오면 원어민 강사 수업을 듣고 한국인 강사 수업에 들어온다. 내가 맡아야 할 반은 총 4개 반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3개 반, 고학년 1개 반이었다. 총 4개 반이지만 2개 반은 레벨이 같아서 수업 준비는 3개 반만 하면 된다. 일주일 정도 기존 선생님 수업을 참관하면서 교재와 각 반의 진도와 시스템 사용법 등을 파악했다. 새로 일을 시작할 때는 무조건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물어봐야지 나처럼 신입을 가르치는 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알아서 알려주지 않는다. 각 반의 교재와 강사가 참고할 수업가이드 책도 받아왔다. 수업이 교재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는 않았다. 진도도 하루에 몇 페이지 딱 정해져 있어서 파악하기가 수월했다. 다만, 아이들이 하루에 학습할 분량이 적지 않아 수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야 했다. 


첫 수업 날이 되었다. 교수부장님께서 업무가 익숙해질 때까지 단어시험 채점을 직접 해주신다고 하셨고, 아이들이 매일 써오는 일기와 북리포트는 걷어서 주면 본인이 읽고 수정할 부분 수정해서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후에도 근무하면서 보니 매일 엄청나게 바빠 보이셨고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시는 듯했다.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첫날이라 긴장은 되었지만 막상 수업을 해보니 수월했다. 기존 선생님이 하던 방식대로 준비해 가서 아이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였고 초등학교 저학년 반은 영어유치원 출신 아이들이라 영어를 너무 잘했다. 내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는 다 알아들어서 가르칠 맛이 났고 학원 안에서는 영어만 사용하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끼리도 영어로 대화를 했다. 이미 이 학원을 몇 년 다닌 아이들이라 수업 중에도 알아서 척척이 었다. 고학년 반은 영어유치원 출신은 아니고 다소 늦게 영어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이었는데 레벨이 낮아서 교재 난도가 높지 않았고 수업 중에 정 못 알아들으면 한국말로 칠판에 써 주었다. 그래도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레벨별로 다르긴 하지만 숙제는 온라인 숙제, 일기 쓰기, 북리포트 등이 있고 매일 단어시험을 봐야 하며 교재 한 권이 끝날 때까지 시험을 2번 치른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시스템에서 학부모에게 숙제 문자를 보내고 한 달에 한번 학습상담 차 학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모든 연락은 학원을 통해서 하기 때문에 개인 연락처는 공유하지 않아도 되고 일과 사생활이 분리가 돼서 좋았다.  


여전히 수입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번역과 영어학원 강사를 병행하면서 프리랜서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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