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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Nov 06. 2023

본 대회 +2일

본 대회 2일 차 아침이다. 아침 식사는 학교 봉사자들이 준비해 준다. 시간에 맞춰서 자유롭게 식사하면 되는데 식권을 가져가면 확인 후 도장을 찍어준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오전 시간은 한국에서 온 교구들이 함께 모여서 미사 드리고 나눔을 갖는다. 우리 교구는 아침에도 조별로 움직였는데 우리 조는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Church of Our Lady of the Rosary of Fatima(Igreja de Nossa Senhora do Rosário de Fátima) 앞에 내렸다. Parque Eduardo VII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성당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길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로 카페인 충전해 주고 포르투갈에서 빠지면 서운한 에그 타르트(pastéis de nata)도 주문했다. 

3일 동안 돌아가면서 총 3개 교구(제비 뽑기로 결정한 걸까?! 우리 교구는 참가자 역할만 함)가 직접 진행을 하는데 오늘 맡아서 진행한 A 교구는 율동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찬양도 너무 좋고 이 시간이 참 좋은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지난 세월들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하는 감정도 있었고 여기까지 오게 해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과 지금 오롯이 기쁜 마음이 합쳐져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미사가 끝난 뒤 A 교구의 주교님을 모시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이어서 가졌다.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들이 나왔고 주교님의 답변이 가슴을 울리는 순간들이 많았다. 여기에 전부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대화의 시간이었다. 가슴에 잘 새겨두어야지. 

저녁까지는 조별 혹은 개인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WYD 앱에 들어가면 그날의 행사가 시간별로 여러 장소에서 진행이 된다. 스포츠, 댄스, 대화, 교류, 기도 모임 등 원하는 프로그램과 맞는 시간대를 찾아서 자유롭게 참여하면 된다. 포르투갈어로만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영어로 제공되는 행사를 찾아야 한다. 

나와 단짝은 우선 점심 식사를 하러 순례자 메뉴가 있는 식당을 돌아보다가 분위기 있는 곳을 찾았다. 대신 식사 양은 적었지만 어제 도떼기시장 같았던 구도심에 비하면 아주 여유롭고 좋았다. 순례자가 QR코드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은 WYD 앱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식당 앞에 순례자 포스터가 붙어있는 지를 보고 확인할 수도 있다. 

레스토랑 바로 앞에 테이블도 있길래 커피를 추가로 주문해서 마실테니 야외 테이블로 옮겨도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그러라고 해주었다. 리스본 현지 사람들도 참 친절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커피도 한 잔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오후에는 성당 옆 거대한 정원 안에 있는 Calouste Gulbenkian Museum(굴벤키안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칼루스트 굴벤키안이라는 영국의 석유사업자가 평생 수집한 6,000여 점을 기증했는데 약 1,000여 점의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대 문명의 작품부터 현대 미술까지 특이한 수집품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그리고 미술관 안 공연장에서 WYD 행사로 Ópera na Prisão 모차르트 오페라 공연 프로그램이 있길래 카운터에서 티켓을 받고 갔는데 프로 가수들의 공연이 아니었다. Ópera na Prisão의 뜻은 영어로 Opera in Prison으로 감옥에 간 죄수들의 재활 프로그램으로 그들이 부르는 오페라였다. 신기한 문화 체험이었다.  

어제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Parque Eduardo VII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이른 저녁식사로 푸드트럭에서 순례자 메뉴를 배급받고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엄청나게 크고 넓은 공원. 리허설 중인 지 무대에서 노랫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다른 나라 WYD 순례자들도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었다.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한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고 있자니 무엇이 부러우랴. 

오늘은 저녁 일찍 숙소로 돌아와 씻고 숙소 앞에서 와인 한 잔 더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름이라 해가 8시는 돼야 지는데 늦은 밤에도 하늘이 어둡지 않아서 좋았다. 


하루 종일 바삐 다니느라 앤젤리나 졸리 부럽지 않게 부르튼 입술은 가라앉을 생각이 없고, 맨바닥에서 취침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밤만 되면 기절하지만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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