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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Nov 28. 2023

바르셀로나 도심 뚜벅이 여행

오늘은 저녁 식사 전까지 자유시간이라 도심을 누벼보기로 했다. 저녁에는 다 같이 모여서 마지막 만찬을 한다. 호텔에서 신선한 과일로 아침식사를 하고 카탈루냐 광장에 갔다. 본격적인 뚜벅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모닝커피로 여유를 만끽했다. 

명품 쇼핑 거리로 유명한 Passeig de Gràcia(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Gaudí의 다른 흔적인 Casa Batlló(까사 바뜨요; 바뜨요의 집) 건물도 봤다. 해골을 닮은 기괴한 디자인이라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 건물은 Josep Batlló(조셉 바뜨요)라는 사람이 옆집 건물이 근사하게 리모델링된 것을 보고 Gaudí 에게 옆집보다 더 특이하고 눈에 띄게 지어달라고 요청을 의뢰받아 완성된 집이다. 당시에 사람들은 Hueso(우에소; 뼈)의 집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고 한다. 진짜 주변 건물들하고 비교해 보면 여기만 다른 차원의 세상인 느낌이 드는 집이다. 1904년에 복원된 건물인데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설계를 할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 현재는 츄파츕스가 건물의 소유주라고! 건물 안에는 유료로 티켓을 구매해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사람들 줄이 길어서 우리는 패스했다. 

명품숍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는데 확실히 깨끗하고 건물들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카탈루냐 광장을 다시 지나서 이번에는 Las Ramblas boulevard(람블라스 거리)를 걸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 도심 여행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로 다양한 기념품샵을 비롯해 식당 및 옷가게 등이 즐비해 있다. 초입에서부터 거리를 쭉 따라서 약 30분 정도 내려가면 Barceloneta Beach(바르셀로나 해변)까지 이어진다. 


우연히 들른 베토벤 레코드샵! 악보, 씨디, LP판 등 다양한 음반 관련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작은 상자 형태의 오르골이었는데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테마곡이 있어서 반가웠다. 다 들어봤더니 미녀와 야수 테마곡이 제일 좋아서 하나 구매했다. 

점심식사는 Las Ramblas boulevard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Mercado de La Boqueria(보케리아 시장)에서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닌 탓에 배가 엄청 고팠다. 시장에 들어섰는데 낮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시장 느낌이 팍 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성수기라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북적이긴 했지만 과일가게, 정육점, 해산물, 식당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식사할 곳은 돌아다니면서 맛있어 보이는 플레이트와 사람이 많은 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역시나 운이 좋은 우리는 이번에도 맛집을 찾았다. 샹그리아로 목을 먼저 축이고 맛조개와 감자로 만든 요리를 먹었는데 진짜 둘 다 너무 맛있었다. 

점심식사를 했으니 후식이 빠질 수 없다.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는 추로스! Xurreria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서 가봤다. 퐁듀처럼 진한 초코에 추로스를 찍어먹는 맛이란... 추로스는 찾아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Cathedral of Barcelona(바르셀로나 대성당)에도 가보고 골목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웠다. 유럽식 커피도 좋지만 아이스커피로 시급하게 체력을 충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도대체 유럽까지 와서 왜 가냐고 했던 스타벅스를 갔다. 막상 들어오니 친숙함과 안락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무엇보다도 목을 얼얼하게 감싸는 이 차가운 음료가 더위에는 최고다.  

구석구석 돌아보는 동안 밀접해있는 관광지라 좁은 골목은 냄새도 나는 편이고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럽식 건축물들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홍보하는 갤러리들도 있어서 미술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Plaza Reial(레이알 광장)에도 가서 Gaudí가 설계한 가로등도 봤는데 이제 특이한 건축물이 보인다 싶으면 Gaudí 작품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바르셀로나 곳곳에 유적처럼 남아있는 그의 발자취. 

옷가게에서 쇼핑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약속시간에 맞춰서 다들 속속 식당에 도착했다. LA FoNDa라는 곳에 갔는데 타파스 잘하기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제일 기대했던 메뉴인데 먹어보니 생각보다 텁텁하고 별로였다. 국물 빠에야 느낌이 아니고 마른 볶음밥인데 양념이 밍밍한 맛. 한국인 입맛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애피타이저로 나온 치킨 시저 샐러드하고 후식은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 후 야경을 보러 단짝하고 호텔 루프탑 바에 갔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Hotel Colon(콜론 호텔)이었는데 칵테일 한 잔에 10~15유로 정도로 저렴해서 가성비가 최고였다. 다만,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밤에 입구 쪽만 조명이 켜져서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는 거의 안보였다. 노을 즈음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도심은 밤에 엄청 어둡기 때문에 야경 투어라기보다는 어두운 도심을 누비며 곳곳을 돌아보는 투어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알차게 보냈다. WYD 기간 동안은 체력과의 싸움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달콤한 휴식을 누리는 중이다. 물론 하루종일 발바닥 혹사시키며 돌아다니고 있지만 힘든 줄도 모르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만보 걷기도 쉽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모든 순간들이 귀한 추억이 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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