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완 Dec 01. 2023

스페인 성지순례를 마무리하며...

어느덧 3주가 지나고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오후 3시 반 비행기로 출국한다. 나를 비롯해 약 10명 정도의 청년들은 개인 여행 일정이 있어 유럽에 더 머무를 예정이다. 교구에서 귀국 비행기 편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신기한 건 엄마도 성경공부하는 모임에서 신부님과 다 같이 유럽으로 성지순례를 오시게 되었는데 일정이 비슷하게 끝나서 둘이 개인여행을 더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공항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근처에서 숙박을 한 뒤 엄마를 모시러 보스니아 메주고리예로 내일 이동한다. 


호텔 조식으로 신선한 과일과 요거트로 배를 간단히 채우고 짐을 전부 챙겨서 전세버스를 타고 나왔다. 오후 12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나와 단짝은 1초도 낭비할 수 없다며 고민 끝에 피카소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다른 한 명 청년도 우리와 합류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반나절 정도 계획하고 오디오를 빌려 서서 작품을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좀 더 깊이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 빠르게 감상했지만 그래도 안 왔으면 아쉬울 뻔했다. 사실, Joan Miro Foundation(호안 미로 미술관)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몬주익 언덕 인근에 위치한 데다 몬주익 언덕 분수쇼가 무기한 중단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에서 제외한 지라 동선 상 여의치가 않았다. 

피카소 미술관 기념품숍도 잠깐 들러서 살펴보고 나왔다. 집합시간까지 약 30분 정도의 여유시간만 남아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계속 눈에 띄었던 Cappucino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단짝하고 둘이 다니면 실패하는 곳이 없는데 여기는 정말 별로였다. 분위기도 좋고 이쁘고 메뉴 이미지도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가격만 비싸고 음료를 비롯해서 추로스도 기대 이하였다. 

마지막으로 긁는 복권도 샀는데 2유로 당첨됐다. 포르투갈에서도 동료하고 복권 사봤는데 그때도 1유로 당첨됐었던 걸 보니 소액은 당첨률이 높나 보다. 

다들 모여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꽤 가까운 거리여서 30분 남짓 걸려 도착한 것 같다. WYD와 교구 성지순례의 일정 동안 모든 순간을 같이 즐겨준 고마운 단짝과 아쉬운 인사를 했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친구와 경험을 얻었다. 평생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꺼내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기억들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오늘로써 공식적인 가톨릭 여정의 종지부를 찍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