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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Dec 07. 2023

자유 여행을 앞두고...

8월 11일 금요일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WYD(World Youth Day; 세계청년대회)와 단체 성지순례를 마치고 마지막 날인 8월 11일 금요일에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Josep Tarradellas Barcelona-El Prat Airport; BCN)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일행들은 오후에 한국행 비행기로 떠나고 나를 포함한 자유 여행을 할 청년들은 개별로 움직일 예정이다.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혹은 짝지어서 파리로, 로마로, 또는 스페인 다른 도시로 흩어졌다. 나는 내일 보스니아 메주고리예로 이동해서 성지순례 중인 엄마를 만나야 한다. 우리 모녀는 2주 간 유럽 3개국을 돌아볼 생각이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공항 인근 호스텔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동생 한 명도 내일 새벽 비행기로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해서 숙박을 알아본다고 하길래 내가 예약한 호스텔로 같이 가서 빈자리가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약 5분 정도 달려서 Mucha Masia Hostel Rural-Urbà 앞에 도착했고 15유로를 냈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요금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버스, 지하철, 혹은 기차를 타고 왔으면 비싸도 5유로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역시 몸이 편할수록 주머니가 가벼워진다. 


하루 숙박이라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어릴 때는 배낭 여행하면서 호스텔을 자주 갔지만 30대 중반부터 편하게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용 욕실이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숙박 형태는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WYD에 참가하면서 맨바닥에서 얇은 침낭만 깔고 합숙을 하다 보니 호스텔이고 뭐고 침대만 있어도 감지덕지다. 일단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2층 방을 안내받은 뒤 짐을 풀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같이 온 동생도 같은 방으로 배정받았다. 6명이 혼숙하는 방이었는데 칸칸이 커튼이 쳐져 있어서 좋았다. 

슬슬 배가 고파서 점심식사를 할 만한 곳을 찾아서 나가보기로 했다. 주변이 꽤 한적한 편인데다 오후 2시 정도라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었다. 근처에 카르푸 익스프레스가 있길래 간편 조리 음식을 사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1층 부엌에 조리도구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단히 요리해 먹으면 된다. 마당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작은 바도 있어서 술과 간단한 음식도 사 먹을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가 빠질 수 없기에 바에서 맥주도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날도 화창하고 조용하니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지난 3주간 북적북적하니 단체로 다니다가 마주하는 이 적막함이 어색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그동안 밀린 여행일기를 쓰려고 노트를 꺼냈는데 너무 많이 밀려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하루하루 바쁘고 알차게 보냈다. 


여유로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잠깐 낮잠을 자려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에어컨이 없다. 조식 포함에 하루 숙박료 33유로라 엄청 저렴하다 했다. 코로나 이후로 3년 만의 해외여행이기도 하지만 성수기를 피해서 여행을 다녔기에 에어컨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원래 호스텔에 에어컨이 없었는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도 나지 않는 슬픈 현실. 요즘에도 에어컨이 없는 숙박 업소가 있을 줄이야. 같이 온 동생한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방 천장에 대형 팬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창문을 열어놨음에도 방에 밀집된 뜨거운 공기를 피해 갈 수가 없었다. 누워 있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그래도 쌓인 피로가 더 무거웠는지 잠이 들었다. 한두 시간 뒤에 몸을 일으키니 나름 개운했다. 앞으로의 여정을 위해 다시 짐을 풀어서 정리하고 빨래도 해서 널어 두었다. 


저녁 식사는 까르푸에서 사 온 피자, 와인, 과일, 과자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피자도 3유로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지만 너무 맛있었다. 와인은 같이 온 동생이 추천해 줬는데 너무 드라이하지도 않고 당도도 낮으며 묵직하면서도 싱거운 맛이 없어서 연실 잔이 입으로 향했다. 

밖에서 시원한 저녁 바람도 느끼면서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마쳤다. 개운하게 샤워도 하고 내일 공항까지 이동할 교통수단을 알아보고 밤늦게까지 거실에 있다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된다. 그전에도 엄마하고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서로 투닥거리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걱정이 살짝 앞서기도 한다. 지난 3주 간 모든 순간을 기쁘게 보낼 수 있었던 만큼 모녀와의 여행에서도 서로 불평불만 하지 않고 기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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