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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소연 Nov 14. 2023

퇴사하지 않으려고, 사이드 프로젝트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퇴근하려고 출근합니다

[아무튼 술] 김혼비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현재 퇴사하지 않으려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의아하게 느낄 것이다.

“사이드는 당연히 퇴사 or 이직 준비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사이드를 한다는 건 장기적으로는 나만의 일을 만들기 위해 파이프 라인을 잘 만들어서, 부업으로 본업보다 더 많이 벌게 되는 시점에 궁극에는 퇴사 후, 자율성을 가지고 일과 휴식을 선택하는 단계의 초석을 쌓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조금 달랐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은 ‘퇴사하고 싶지 않아서’ 였다.


정확히 말하면 퇴사를 선택하더라도, 불안함에 못이겨 방향성 없는 퇴사를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무작정 퇴사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일에 대한 권태감과 동시에 커리어 점프를 멋지게 척척 해내며 나름의 커리어 패스를 밟아가는 야무진 옆자리 동료들을 하나둘씩 떠나 보내며 전문성에 대한 고민과 커리어에 대한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나... 이대로 괜찮은걸까?'

자꾸만 커져가는 의구심에 심각한 일희일비병에 걸렸지만, 오랫동안 지속해왔고, 여전히 좋아하는 내 '일'과 '조직'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지금의 문제를 직면하고 싶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다양하다보니 때마다 적합한 모임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정하고 모임을 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레이지버드 커피클럽의 시작이었다.


작고 소중한 게으른 뱁새! 오동통 튀어나온 뱃살이 뽀인-뜨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약 50회의 모임 운영, 400명의 사람을 만났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 지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내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건 없다. (엄청난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던지, 다양한 제안과 기회가 생긴다던지 .. 하는 그런 것들 �) 나는 여전히 평범한 7년차 직장인으로 평일에는 회사일을 하고, 주말에는 새벽 조기축구를 나가던 아빠의 마음으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고 커피클럽을 운영 중이다.


지금껏 46회 정도의 모임을 운영했고, 4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다. 다양한 직업, 삶의 레퍼런스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삶도 정답은 없어서 모든 삶이 각자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아주 심플하고도 당연한 명제를 얻어가는 중이다.


아, 그리고 생각보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는 중이다 (내 MBTI는 누워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는 ISFP) 누워있는게 제일 좋은 인간인 내가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딱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커리어나 전문성에 대해 집착적으로 하던 고민과 불안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것이다.



내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김수지 아나운서의 유퀴즈 인터뷰도 한 몫 했는데,

본업인 아나운서를 하면서 작사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선배들을 바라보고,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저기로 나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에 한참 방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작사가라는 직업을 도전을 시작하니 두 부분에서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다는 말이 나에게는 꽤 위로의 말로 들려왔다.




새로운 도전은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패이자, 두 개의 세계를 지탱하는 힘


나는 LBCC라는 소중한 내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세계와 (얼마 전부터 모임의 지속을 위해 모임비를 받기 시작했는데, 수입이 아주 작고 귀엽다) 내 본업의 세계를 여전히 잘 지탱하고 있다.


한참 방황의 시기 때, 이것 저것 소소한 도전을 많이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맞는 책이라며 추천해줬던 책이 있다.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다능인'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금방 싫증내고, 지겨워하는 나를 보며 매우 자책하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현재 본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며, 내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로 작게 나마 마음껏 도전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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