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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장난감 전시회

신비한 장난감 가게 :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

by 한운
장난감은 작고 사소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신비한 장난감 가게 :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 전시를 보고 왔다.

전시는 잠원 한강공원에 위치한 서울웨이브 아트센터 1층에서 진행되었다.

아쉽지만 전시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1월 2일까지만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를 다 돌아보는 데는 한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짧지만 포토존도 많아서 사진 찍을 재미가 있는 전시였다.

장난감 전시회라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손님들도 꽤 보여서 기뻤다.


'작은 것들의 큰 이야기'라는 이 캐치프레이즈가 참 마음에 들었다.

장난감은 작고 사소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그 '큰 의미들'은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INTRO. 신비한 장난감 가게 주인의 빈티지 장난감

(...)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장난감들에 대한 기억. 그 안에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아이였으며, 장난감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기억, 그 시대에 대한 향수 그리고 생활 속 영감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키덜트들의 '토이'와 '그림책'은 어쩌면 같은 맥락을 지닌다. 아직 우리 속에 잠재한 어린아이 시절의 추억과 향수에 대한 애정, 그리고 가슴속 응어리들을 풀어주기 위한 하나의 위로이다.


이 전시에서는 유럽 각지에서 수집된 빈티지 장난감들이 수집되어 있어서 실제로 '아기자기하고 앤틱하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전시였다.


자 그러면 이제 신비한 장난감 가게로 들어가 보자.



Ⅰ. 회상 : 낡은 것들의 향
















◀ 사진을 크게 보고 싶다면 클릭하세요.

(...) 장난감들은 친근한 얼굴로 우리에게 애정 어린 편안함을 선사하며, 우리로 하여금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도록 해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 그 시절 장난감들은 어린 나에게 온전한 세계, 그 자체이지 않았는가?
장난감들은 낡고 부서지고 온전치 못하다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은 물론 우리들을 기쁘게 하는 진정 소중한 보물입니다.
#애정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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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도, 어쩌면 어릴 적 왕국이 되었던 작은 커튼 안에도, 카펫 위에도,

안락한 느낌을 주는, 낡은 손때 묻은 장난감들이 있다.

커튼 안에는 나만의 마을 하나가 숨어있고, 카펫 위에는 노아의 방주를 본떠 배 한 척과 온갖 동물들의 조각들이 모여있다.

조금 낡고 부서지면 어떻단 말인가? 이 장난감들이 언젠가는 내 세계의 전부였을 테니.


공간은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분위기에다가 오르골도 흐르고 있어 더 몽글몽글한 기분으로 전시를 바라보게 한다.



Ⅱ. 역사 : 벌거벗은 시간

















장난감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기록합니다. 그들이 담고 있는 유럽의 역사와 가치관을 들여다보세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는 단지 한가롭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자신의 주변 모습들과 시대의 흐름을 학습한다는 점에서 장난감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기록 #반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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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챕터에서 장난감은 유럽의 역사를 반영하고 기록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기사가 되기 위한 하나의 준비였다고 한다. 그러나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반성과 성찰의 의미로 전쟁 장난감을 선물하지 않기를 권장하는 캠페인도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상징이 된 기차는 단지 교통수단의 혁명이 아닌 "잘 살 수 있다"는 꿈의 상징이 되었고, 기차 장난감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렇듯 장난감은 단지 놀이 행위를 벗어나서 사회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장난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요즘은 놀이문화 자체가 스마트폰과 메타버스로 많이 옮겨간 것 같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틱톡과 유튜브 쇼츠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제페토에 모여서 현실 같은 가상현실을 즐긴다. 요즘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주체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즐긴다.



Ⅲ. 판타지 :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을 담아두고 싶어 했던 인간의 열망,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장난감들은 서사적 상상의 매개체입니다.
장난감은 제한 없이 상상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장난감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호기심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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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호기심과 환상은 무엇을 상상해냈나. 그들은 무엇을 갖고 놀았을까?

그 해답이 이번 챕터에 전시된 전시물들로 나타난다.


그들은 페이퍼 씨어터를 만들어 연극을 연출해내기도 하고,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보이는 매직랜턴을 이용해 놀기도 했다. 원형 카드를 끼워서 이미지를 입체로 보는 뷰마스터도 갖고 놀았다.


이런 환상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담은 장난감들은 시대나 지역의 문화, 그리고 그 시대가 상상했던 미지의 세계를 반영하므로 마치 여행기를 읽듯,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페이퍼 씨어터는 오늘의 텔레비전이고, 매직랜턴과 뷰마스터는 스마트폰과 넷플릭스가 아닐까?



Ⅳ. 꿈 : 과거에서 온 미래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고,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미래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그들이 꿈꿨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은 이런 장난감들에 담겨 우리의 일상에 공존하고 새로운 영감이 된다.
어른이 된 우리들이 아이들의 손에 쥐여주는 장난감들은
어린 시절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들이며, 그때 우리들의 꿈이었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지금의 아이들이 배우고 꿈꿨으면 하는 미래의 것들입니다.
#미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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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에서 로봇들이 많이 나온 이유는,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자 우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영화 "Forbidden Planet"과 "ROBBIE"라는 로봇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우주와 로봇에 관한 다양한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숨길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그 기대를 연료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 것들이 장난감에도 잘 반영되어있다.


공간 한쪽에는 선셋 조명과 함께 로봇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Ⅴ. 귀여움 : 너무나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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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인간의 형태를 닮았기 때문에 다른 장난감들보다 '우리'와 '우리 삶'에 대한 조금 더 직접적인 정보를 준다.
(...) 보기만 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인형들, 소박하지만 귀여운 느낌을 주는 미니어처 집과 가구들은 결국 우리 삶의 모습을, 그 일상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담아낸다.
예쁜 인형을 보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지루했던 일상이 갑자기 아름다운 장면이 되곤 합니다.
#사랑스러움 #낭만


이 챕터는 귀엽다. 보기만 해도 너무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방 안은 온통 핑크빛으로 가득 차 있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인형의 집도 있었다. 왜 어릴 때 한 번쯤, 인형과 인형의 집을 갖고 싶지 않았었는가? 어린 시절에는 마치 내 집을 사는 것처럼 인형의 집이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아이가 인형의 집을 원하는 것과 어른이 집을 원하는 건, 어떻게 보면 동일선상에 있는 큰 마음인 걸까? 음… 전시에서 소개한 '낭만'과는 좀 동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꿈도 결국 낭만 아닌가?



Ⅵ. 즐거움 : 박스 한 가득, 한 입 가득

















"보드 게임"이라는 명칭은 (...) 이 용어는 나중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함께 하는 놀이"로 확장되었다. (...)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을 배우면서 자라며, 게임을 통해 친구와 함께 쌓아가는 시간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즉, 장난감은 감정과 관계의 매개체이다.
(...) 테디베어는 따뜻함과 사랑, 그리고 허그를 상징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장난감은 즐거움이 하나로 뭉쳐지는 통로입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모인 것입니다.
인형은 친구일 수도 있고 애정을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행복을 줍니다.
#추억 #경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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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는 '보드게임'과 '인형'이라는 소재를 통해 '함께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흔히 '애착인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다. 사실 나는 애착인형이라고 하면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바비'의 곰돌이 푸 인형이 생각난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아주 너덜너덜하게 아껴온 인형이라 옷도 다 찢어지고 세로로 '짜부'가 되어버린 인형이다. 그 인형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렇게 될 때까지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사촌동생네 집에 가서 사촌동생들과 보드게임을 했다. 사실 그전까지 나는 사촌동생들과 많이 친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친해지려고 놀러 갔을 때 어쩌다 집까지 가게 됐는데(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그때 보드게임을 하고 놀면서 많이 친해졌다. 어색한 사이에도 보드게임 카페에 가고 나서 금세 친해지곤 했던 경험도 있다. 보드게임은, 정말 친하지 않던 사이도 친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지금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같이 보드게임을 해보자.



번외. 콜렉터의 방 : 장난감 수집의 철학

















이곳은 콜렉터가 어떤 호기심과 열정, 자부심과 헌신으로 방대한 양의 장난감 컬렉션을 일구었는지 엿볼 수 있도록 장난감 콜렉터의 방으로 꾸며졌다.
(...) 장난감은 문화이다. 말 그대로 인간 생활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은 장난감에 담겨 있다.
(...) 따라서 장난감들을 수집하는 것은 작은 세계를 만드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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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세 칸의 선반에 각각 장난감 콜렉터들의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의 전시품과 사진, 그들만의 작은 박물관 소개, 전시 철학, 그리고 인용구가 소개되어 있다.


장난감 콜렉터들은 장난감을 수집한다. 당신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라. 없을 것 같아도 무언가 한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식기를 수집할 것이고, 누군가는 피규어를 수집할 것이고, 누군가는 책이나 만화책을 수집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이 지금까지 봤던 영화나 드라마의 평점이나 리뷰를 수집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글을 수집한다. 내가 봤던 드라마나 영화의 리뷰들, 그림책을 보고 느낀 감상들, 그리고 이렇게 전시회에 갔다 와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써 내려가는 것도 나의 글을 수집하는 일 중 하나이다. 당신도 당신의 '수집품'을 찾길 바란다. 당신이 수집하는 것이 당신만의 작은 세계를 구축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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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명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형태의 장난감이 아니어도 좋다.

당신은 무엇을 갖고 놀 때 가장 재미있는가?



OUTRO. 장난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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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언제나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장난감은 서사적 상상이다.

장난감은 나누는 즐거움이다.

장난감은 어린 시절의 조각이다.

장난감은 매일 꿀 수 있는 멋진 꿈이다.

장난감은 세대를 아우르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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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언제나 현실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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