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내맘쏙 : 모두의 그림책전>이 열린다.
여러 그림책 작품의 원화 전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성인과 유아 자녀를 둔 부모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전시회다.
평일 오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대다수가 부모님과 함께 온 유아 관람객이었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굉장히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그런 반면에 그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전시 중간중간에 여러 조형물이나 체험할 수 있는 스팟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확실히 그림 전시보다 그런 체험형 전시를 많이 좋아했다. (실제로 안녕달 작가님의 <수박 수영장> 전시 옆에는 수박 볼풀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은 줄 서가며 볼풀을 체험했다.)
TMI지만 예술의 전당 B1층 화장실에는 유아 전용 화장실과 세면대에 발돋움 계단도 마련되어 있어 전시를 보러 온 유아 손님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는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8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었다.
그럼, 차근차근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보자.
Ⅰ-1. 우주로 간 김땅콩│윤지회│사계절
<우주로 간 김땅콩>의 원화는 종이에 혼합재료로 만들어졌는데, 땅콩이를 찾아다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여러 겹의 길로 표현된 부분이 종이를 덧붙여 표현되었다. 이렇듯 배경은 아름다운 수채화에, 어떤 요소들은 종이로 덧붙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원화이다 보니 자세한 관찰이 가능했는데, 책에서는 표현되기 어려운 물감이 주는 질감이 좋았다.
Ⅰ-2. 간질간질│서현│사계절
서현 작가님의 심플하지만 재치 있는 표현방식이 좋다. 이는 뒤에서 이어질 <호라이>와 <호라이호라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머리카락을 떼어냈더니 수많은 '나'들이 태어나는데 그걸 그려내는 그림이 심플하면서도 너무 귀엽다. 계란 프라이가 세상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간단한 그림이면서도 귀엽다.
작품의 시그니쳐 포즈인 '오예'가 점토로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다. 오른쪽 그림은 저 종이 귀퉁이를 잡고 있는 '분신'중 하나가 표현되어 있는 점이 좋아서 찍어보았다.
Ⅰ-3. 호라이, 호라이호라이│서현│사계절
'왜 달걀 프라이는 꼭 식탁 위에만 있어야 해?'로 시작된 상상력이 경이롭다.
<호라이 호라이>는 종이에 콩테로 표현되어있는데, 콩테가 주는 질감이 좋았다.
Ⅰ-4. 수박 수영장│안녕달│창비
안녕달 작가님은 종이에 색연필! 색연필로 표현된 크고 새빨간 수박에 퐁당 빠져 노는 사람들. 그림책 작가는 정말 상상력이 풍부해야 할 것 같다.
Ⅱ-1. 윤지회 <엄마 아빠 결혼이야기>(사계절), <사기병>(웅진지식하우스)
이야기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림들이 더 아름다워서 찍어오게 되었다.
윤지회 작가님은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작고 하셨다고 한다. 위암을 처음 판정받은 것부터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가 컷 만화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암 판정을 받고 나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셨다는 게 감사하고 놀랍다. 작가의 세계 속에 이런 아름다움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 그림은 크게 첨부할 만큼 너무 좋았다. 그저, 흘러드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좋다'라고 느끼는 그 순간의 느낌을 너무 잘 캐치해서 표현하셔서, 그림을 보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Ⅱ-2. 안녕달 <당근 유치원>, <안녕>, <눈아이> (창비)
이번에는 안녕달 작가님의 세 작품이 소개된다.
<당근 유치원>과 <안녕> 전시에는 각각 빔 프로젝터의 짧은 영상과, 티비로 설치된 북 트레일러가 설치되어 있었다. <안녕>의 북트레일러를 보고 소시지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눈아이에서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가 눈아이를 호-하고 불어주자 눈아이가 눈물을 흘린다. 아이가 '왜 울어?'라고 묻자 눈아이는 '따뜻해서'라고 대답한다. 따뜻함을 느끼는 눈사람이라니. 애틋하고 따뜻하다.
놀이극장은 말 그대로 선과 그림자, 벽, 한글을 가지고 놀아볼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신기하고 재미있는 파트였다. 물론, 아이들도 체험형 전시 공간에 들어가 선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Ⅲ-1. 이수지 <선>, <그림자놀이> (비룡소)
이수지 작가님의 <선>과 <그림자놀이>. 선과 그림자로 그림책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선'에 대한 그림이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종이에 펜, 종이에 연필.
오른쪽 그림에는 지우개로 선을 만들어 낸 것이 보인다. 사진에는 없지만 거울 위에 선들을 그린 거울 전시도 있었다.
어린 화가들에게-
모든 것은 선 하나를 긋는데서 시작해. (잘 못 그으면 지우면 돼.)
선으로 세상을 그리고 지워봐, 마음껏!
역시나 표현 방법이 다양했던 <그림자놀이>
공간 한 켠에는 빔프로젝터로 전시하는 공간이 있었다.
Ⅲ-2. 벽│정진호│비룡소
안에서 보면 밖이 되고, 밖에서 보면 안이 되는.
Ⅲ-3.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사계절
이것 참 재밌는 말장난이다.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 외에도 다양한 ㅅㅅㅎ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어들을 조합하며,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Ⅳ-1. 이파라파냐무냐무│이지은│사계절
귀여운 털숭숭이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다. 이지은 작가님의 세계도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유머러스하다.
작가님이 털숭숭이, 마시멜롱의 생태와 섬 지형까지 그려놓았는데, 얼마나 탄탄한 세계관인지(?) 알게 되었다.
Ⅳ-2. 이지은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 (웅진주니어)
눈 호랑이가 할머니로부터 과일, 팥을 다 훔쳐먹고 팥 때문에 눈호랑이가 녹아서 결국 눈, 팥, 과일로 팥빙수를 해 먹었다는 이야기. 유머러스한 상상력이면서도 팥빙수가 되기까지 과일을 얻어먹는 눈호랑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꼭 전시회를 가서 확인해 보셨으면.
이파라파냐무냐무부터 느꼈는데 이지은 작가님의 유머 코드가 너무 웃기다. 민들레가 꼬리에 붙은 이후로 변해가는 호랑이의 반응이 어찌나 웃기는지.
Ⅳ-3. 별과 나│정진호│비룡소
전시의 마지막 부분. 출구로 나가기 전에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공간에서 북 트레일러처럼 별과 별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이 긴 그림을 그림책으로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