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하고 있는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을 보고 왔다.
날이 추워서 실내에서 전시 보기 딱 좋았음.
받아 온 팜플릿의 서문을 살펴보자.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이하 연결하는 집)은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조망해보는 전시이다.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제어로 삼아 거주의 다양한 양식과 의미를 환기한다. 아파트가 종 우세를 차지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와 다른 주거 공간을 선택한 사람들의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경제적 구조 변동, 기후위기 등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고민할 수 있을까.
이게 딱 이 전시의 성격을 정확히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조망'했기에 너무 마음에 들었던 전시다.
그래 이런 건축과 사회문화의 만남...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거라고...
프롤로그.
여기서는 큰 자본과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인 대규모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건축'이라는 본질적인 행위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멘트가 맘에 든다.
이제 각 테마별로 전시를 살펴보자.
1. 선언하는 집
사실 첫 장 <선언하는 집>에서는, 아직 이 전시의 구성을 파악하느라 어..? 이게 뭐지..?? 이런 것도 있네? 하면서 봤다.
초반부에는 처음으로 건축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더 이상 취미로만 보지 못하고 이 길로 들어서볼까? 고민하면서 진지하게 봐서 그런듯싶다.
하지만 여러가지 도면과 작업노트, 해석... 나에게는 아직 너무나도 어려웠다.
역시 건축, 아무나 하는게 아니군.
근데 전시를 보면 볼수록 점점 이런 생각은 때려치고(?)
역시 인문학도...는 아니고 사회학도(...)답게 이 집을 지은 목적에 집중하며 보니 너무너무 와닿고 재밌었다. (역시 나는 건축학은 좀 아닌가봐...)
그리고 건축물 자체가 너무너무 아름다워 보는 맛이 있었다. 다 제각기 창의적으로 생겼다.
축대. 분명 설명을 들었었는데. 강의에서 들었나 책에서 봤나.
암튼 축대가 있을 수록 비싼 집이라고...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경사진 높은 곳에 지어서 그렇다고?
설명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록이 안 남아 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암튼. 저 계단 옆 벽이 축대라는 걸까?
우선 모형을 먼저 봤다.
흠. 가운데 계단이 있군. 그리고 2층을 보면 (확대된 사진 참조) 내부의 공간이 곡선으로 꺾이면서 의자? 같은 구조물이 있는데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1층도 마찬가지로 꺾여있고, 3층의 툭 튀어나온 돌출부도 돋보인다.
1장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축물.
이따 전체적인 집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 골목에 존재하던 '계단'을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연희동과 안산. 그래, 안산 한번 가봤는데 좋았다. 벚꽃 시즌에 가면 엄청난 벚꽃산과 수많은 인파(...)를 만날 수 있다. 설명하는 연희로 11마길은 네이버지도에 안 나오길래 카카오맵에 쳐봤더니 안산과 바로 이어지는 곳은 아니고, 옆 궁둥공원과 연결된다.
<집 안에 골목> 대지도 막다른 길로 사람을 이끄는 그 계단에 연결되어 있었다. 설계하는 동안 종종 골목의 계단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계단에서 식사하고 파티하고, 자연스럽게 이웃이 되는 상상을 했다.
골목의 계단과 집 내부의 계단.
집 전체 사진을 봤지만 아직까진 계단을 뭐 어떻게 활용했다는 건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대체 골목의 계단과 집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건데??? 계속 의문을 가지던 나는,
이어 전시된 사진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 살게 된다면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아니 사진을 넘 잘 찍으셨잖아요..) (나는 아무래도 붉은 벽돌집이 취향인듯...)
처음으로 아파트가 아닌, 이런 연희동이나 골목길의 주택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나는 미래에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건축 공부를 해 나갈수도 있는 거야!
이 전시를 보고 나서 나의 '거주지' 혹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살짝 바뀌었다.
나는 오랫동안 아파트에 살았었고, 앞으로 어떤 경제활동을 할지 고민중에
당연히 내집마련이라고 생각하면 '아파트'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이 전시를 보고 나서, 아파트가 아니라,
아주 근사한 골목에 근사한 주택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됐다.
2.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가장 와닿았고 관심이 갔던 테마.
설명대로 요즘은 1인 가구도 반려 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에 맞춰서 집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설명이 재밌었던 집.
남녀의 전통적 역할 구분이 희미해져 가는 사회 흐름과 함께 가족 구성원 간 프라이버시에 대한 감각뿐만 아니라 주택 공간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 여기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의한 경제적 자립이 한 몫한다. 이에 따라 주방은 먹을 것을 생산하던 기능보다 음식 소비에 적합한 큰 식탁이 놓인 카페 같은 공간이 되었다.
같은 면적과 형식으로 구성된 2층 거실과 3층 침실은 각 층에 독립적인 화장실을 가지고 있다. 거실은 남편 공간으로, 침실은 아내 공간으로 암묵적 사용 중이다.
실제 1층 카페와 2층 거실, 3층 침실의 모습
위의 동그란 창의 모습도 이쁘다. 전면은 저렇게 생겼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복층인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어..
<맹그로브 숭인>은 밀레니얼 세대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으로, 24세대의 주거 공간과 입주자들이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루어진 집이다. (...) <맹그로브 숭인>은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대안 주거를 만드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세대주로서 자신에게 맞는 주거 방식을 찾아내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통해 자기 시대에 맞는 '코-패밀리'(Co-family)를 이루는 계기가 되는 것이 이 집의 최종 목표다.
아악 근데 이런 공용 화장실 있는 거 너무 싫어... 설명 상으로는 무슨 짧지만 잦은 스침이 일어나는 공간인 '워터팟'을 위함이라는데 눈인사를 왜 화장실에서 하냐고요!!!!
앞으로 쭉 혼자 살거라면, 이런 코리빙하우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 1인가구는 점점 늘어날테고 대안으로 이런 집들이 더 나오겠지?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주거비도 좀 더 아낄 수 있고...? 그런데 청년 말고 중년 노년을 위한 하우스도 만들어주심 안될까요...? 나 늙으면 어디서 살아...
(원래 메모해놨던 내용)
그리고 그 생각이 와장창 깨지는데... ▼
사실 이 맹그로브가 현재 나의 삶에 가장 밀접한 건물이라, 관심이 생겨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들어가보세요...
파주에서 일하고 강남에 사는 나는... 집이 너무 멀어 언제나 독립을 꿈꾸는데,
월세와 생활비를 무시할 수 없다.
셔틀버스 타는 곳이며 운동이며 드럼이며 모두 합정~홍대에서 이루어져서 그 근처에 살고 싶은데 하...
그래도 코리빙이면 월세가 조금 저렴할까 싶어 알아보니
가격 뭔데...
그렇다고 3인실에서 살고 싶진 않아...하....
심지어 관리비가 별도라네...하하
숭인은 조금 더 저렴하긴 한데... 멀잖아...
그리고 공용 샤워실 공용 화장실 하하ㅏㅏㅎ하하하
그리고 아무래도 공간 구성이 신촌이 더 좋긴 하다.. 근데... 너무 비싸잖아...
나중에 읽어봐야지...
...정신 차리고.
이번엔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주택을 알아보자.
모양도 너무너무 귀엽게 생겼다. 이름도 묘각형이라니.
내부 구조도 신기하다.
이렇게 애초에 고양이친화적으로, 고양이와 같이 살 수 있게 설계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동물 안 키울거지만...
3. 관계 맺는 집
'관계 맺는 집' 파트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같이 살아간다는 점에서 관심있게 봤다.
<써드플레이스 홍은 1-8>은 집을 재화의 수단 보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느슨한 심리적 연대를 통해 자기 삶에 대한 애착과 동네에 대한 연결을 고려했다. 건물마다 공용 공간과 전용 공간이 연결되도록 설계했고 함께하는 공동 프로그램으로 이웃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아까 맹그로브가 그냥 코리빙 하우스로 단독으로 있다면, 써드플레이스 홍은은 '단지' 같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런 곳이나 주택은 거의 다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에 있네...ㅠ 좋겠다.
실제로 저렇게 다 모여있는진 모르겠지만 단지같은 느낌.
실제로 보면 테라스가 저렇게 낑겨있네...ㅎ 홍은 3의 외관이 이쁘다.
아까 맹그로브에서 실망하고... 마지막 남은 희망, 써드플레이스 홍은...
5일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떠서 헐레벌떡 들어가봤다.
일단... 홍은6의 가격은 나쁘지 않다. 물론 비싸지만.. 서울 치고 이정도면...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공동체 생활? 이다보니 이런게 있는 것 같다.
근데 나는 오히려 이런 게 있기 때문에 돈이 있다면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SOHO 넘 재밌겠자나...
사실 홍은8이 위치는 더 좋다.
그리고 7세대 모집했는데, 벌써 거의 다 나갔네...
그리고 홍은8은 좀 더 비싸다... 그리고.. 면적이 되게 작네..^_ㅠ
https://thirdplace.co.kr/PROJECTS/view/402927
그리고 이 페이지를 봤는데, 대체 집이 어떻게 생긴건지 잘 모르겠다.
여기도 설마 공동주방 공동 화장실인가.............?
방 면적을 보면 그럴 것 같기도..ㅠ
그만 알아보고, 다음으로 빨리 넘어가자. 이 부분은 '자기 가족과 친분이 큰 두 가족과 함께 총 3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이라는 말에 놀랐다.
그냥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코리빙하우스 외에도, 친한 가족들끼리 모여사는 주택의 예시도 많았다.
실제로 세자매의 가족이 모여사는 주택, 늙어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사례도 봤다.
나중에 이렇게 살아도 정말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이 많아야겠지!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462435&memberNo=954004
세 자매 사례. 이렇게 자매가 모여살면 진짜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더 놀라운 점은 자매 모두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
같이 살아가는 세 할머니의 사례.
이런것도 좋다.. 뭐, 조건을 더 따져봐야겠지만 내가 예술인이라면 여기 살아보고 싶을 것 같다.
드디어 노년을 위한 주택이... 아파트나 개인주택에서 고독사하느니 이런 대안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히 든다. 돈을... 많이 모아놔야겠다...!^^
사실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서 간단히만 봤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관람하시길!!
이런 유익한 전시가 단돈 2000원!!
일단 전반적인 구성이 좋았다.
영상 자료로 소개, 각 건축물들마다 간단한 소개와 모형, 도면, 관련 책, 관련 자료, 사진들까지.
에필로그.
전시를 다 둘러보고,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전시의 이름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통합 중인 한국 사회에서 예외적이면서 대안적인 집들입니다.
어쩌면 대다수의 주거 형식이 아파트가 되어가고 재건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요즘, 집이라면 당연히 '아파트'를 생각했던 나조차도 정말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형태가 아파트가 아니라 다른 '대안적 집'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얼마든지 살 수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 가능성이 생긴 전시였다.
혹시 아파트가 아닌 다른 형태의 주택에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비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전시를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