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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은 영원히, 책「그만둘 수 없는 마음」

by 한운
그만둘 수 없는 마음.png
그만둘 수 없는 마음: 10년 차 청소부, 진로 고민은 영원히

김가지 글, 그림
252쪽, 17000원
책폴

내가 이 책을 어디서 접했던가.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봤나.

보면서 첫 번째로 어,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작가님이다.

두 번째로, 나도 지금 진로 고민 중인데. 공감 가는 내용이 많겠다. 싶었다.


1. 에피소드 중에 그런 게 등장한다. 작가님 책을 읽고 퇴사하고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사람들.

한 사람이, 책 한 권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2. 작업일지에 청소│작가│일러스트레이터│강연│강사

라고 뜨는데, 한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는 직업은 참 다양하구나라고 생각했다.


3.

미술원장인 친구는 다른 미래를 계획하고
어떤 친구는 이력서를 내고, 다시 시작하는 친구도 있으며
아직도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친구도 있다.
30대인 우리는 아직도
그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30대도 여전히 그렇구나...


4.

처음 일을 가진 후 무수히 많은 일과 이별했다.
그 이별이 그리 무겁지 않았다. (평균 3개월 일했었다)
그러다 청소일을 만나고 작가일을 만나며 어느새 나는 변해 있었다.
조금은 가볍던 이별이 이제는 꽤나 무거워져 있었다.
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너무 큰 일상의 균열이 됐다.

나는 일이 아닌 취미는 3개월을 넘겨본 적도,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는 것은 3년을 넘겨본 적도 없다.

그래서 고민이었는데, 어차피 생계가 걸린 일은...

좋든 싫든 계속하게 되겠구나.


5.

학교에 강연을 가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중 하나. "저는 꿈이 없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어떡하죠?"
뜻은 이렇다. "아직 미래의 장래희망을 못 정했어요."
나는 이 질문이 안타깝다.
일단 꿈의 정의와 그것을 지금 정하고 상황을 맞춰야지만 미래를 보장받는다는 압박.
"그 과를 가야 나중에 카카오 취업해서 잘 살 거 아니냐"
그렇지만 그들은 10대다.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뭘 선택하라는 걸까.
10대를 건너온 나는 그 시절 명확한 답보단 질문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길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가길 바란다.
책상에 앉아 안정된 미래만 꿈꾸고 높은 연봉만이 정답이라 말하지 않았음 한다.
다양한 미래를 꿈꾸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요새 진로 고민이 많고, 뒤늦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져 많은 아쉬움이 남곤 한다.

더 일찍 이쪽 진로를 찾아봤으면, 차라리 전공을 다른 걸 했으면.

그러나 그렇게 하기엔 고등학생 때의 나는 아는 게 너무 없었다.

내 적성을 탐구할 기회도 너무 적었고,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몇 개쯤 안다고 해도

그 길로 나아갈 용기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책에서 말하는 "안정된 미래와 높은 연봉"을 주는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성적에 맞춰 과를 선택하고 시간에 쫓겨 급급하게 취업준비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게 급할 게 없었는데.

그래서, 늘 생각하는 거지만 청소년들이 조금 더 자기 미래를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자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줬으면 좋겠다.

사실 10대 청소년이 무슨 큰 뜻이 있어서 앞으로 자기가 먹고 살 미래를 정한단 말인가.

그때는 그저 친구와 떡볶이나 사 먹고 재밌는 게임이나 하는 게 생각할 수 있는 전부인데.


6.

그래서 여전히 그림으로 잘 못 먹고살고 있다.
그런 그림을 계속하는 이유는 '자아실현 욕구'의 발동 때문이다.
계속 욕망하게 만들고 나아가고 싶게 만든다.
그림은 내 자아와 닮아 자꾸만 인정받고 싶게 한다.

결국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작가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했던 고민들을 솔직하게 내비친다는 점.

그리고 요즘 시대에 필요하지만 흔치 않은 경력이라는 점.

이게 이 작가의 셀링 포인트 아닐까.

작가님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도 읽어봐야겠다.


*


나는 뭐가 되고 싶었을까?


중학생 때는, 내가 공부를 꽤나 잘하는 줄 알았다.

매일 밤 10시에 도서관에서 나와 비싼 아파트를 쳐다보며 집에 가면서

나도 언젠간 저런 집에 사는 성공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 더 큰 물에 나간 고등학생, 나는 내가 그리 잘나진 않았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었고, 보이는 직업도 맨날 보는 멋진 선생님밖에 없었고,

안정적인 성향도 공무원과 잘 맞았고, 부모님이 막연히 던진 '그래, 교사 괜찮지'라는 말이 알게 모르게 내 마음에 박혔다.

그래서 분수도 모르고 교대와 사범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점수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지방교대와 지방사범대를 갈 정도로 교사가 되고 싶진 않았나 보다.


그렇게 점수 맞춰 정외과에 들어갔다.

과도 과고,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고, 어쨌든 나는 공무원이 하고 싶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강박에 어린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나는 진짜로 뭘 할 때 빛나는 사람일까?

수많은 취미 중에 발을 빼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래도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과 최근 모임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꼭 무언가 강박적으로 내가 꼭 하고 싶은 적성을 찾아 그것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생각보다 처음부터 그 길로 들어가고자 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어쩌다 시작한 일을 계속해서 하기도 한다는 것.

내가 보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너무 빛나보이는 사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일도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이 일을 하다가 질려도 다른 일을 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 한참을 돌아왔어도 괜찮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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