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연가 <500일의 콘텐츠 작업실> 모임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3개월 동안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모임입니다.
지난번 <500일의 콘텐츠 작업실> 김다혜 모임장님 인터뷰 이후, 이번엔 멤버인 이윤성님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윤성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잠시나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윤성님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와 많은 콘텐츠를 알아갈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윤성님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재다능하신 분이라,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고 또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멋지고 대단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윤성님의 히스토리와 진행하고 계신 콘텐츠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콘텐츠는 제작자가 관심 가지고 있는 것과 제작자가 생각하는 타깃층이 보고 싶은 것 모두를 충족시키는 교집합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가 만든 콘텐츠를 보려는 사람 모두가 흥미로워하거나 즐거울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제작자에게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노동으로만 느껴져선 안되고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그가 가진 열정이 콘텐츠에 녹아들어 그것을 감상할 누군가의 마음에도 전해질 테니까요. 반면 그것을 감상할 이에게도 그게 감상할 만한 매력이 담긴 콘텐츠여야 해요. 세상에 정말 많은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을 텐데 제 것을 읽어야 할 이유 정도는 제작자가 만들어주어야 하는 거죠. 사실 이 부분은 제가 말한 것이 아니라 책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던 대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는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체이자 저라는 사람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창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첫 회사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며 잡지와 책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아이패드에 들어갈 전자책을 함께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알고 보니 전자책(잡지)을 잘 만든 디자인 회사들은 전자책을 만드는 툴만 쓴 게 아니라 직접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해서 뛰어난 인터렉션을 가진 책들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거 하나 보고 덜컥 프로그래밍에 뛰어든 것이 2013년이었고, 다행히 프로그래밍은 저와 잘 맞았습니다. 흥미를 느끼며 배움을 더할수록 어떤 면에서는 디자인과 닮아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11년 차 개발자가 된 지금도 이러한 저의 시작점이 저만의 강점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로 일하면 일할수록 좋은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게 타부서 사람들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사내기자 활동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사내기자로서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기사에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현재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쓰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에 사내기자직을 내려놓고, 글쓰기 모임에서 에세이 쓰는 활동을 통해 제 글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가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고 있습니다.
사실 디자이너에서 AI까지 단숨에 넘어온 것이 아니에요. 평소 글과 사진을 좋아하던 아이가 사진 잡지를 읽다 알렉세이 브로도비치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아트디렉터의 꿈을 꾸었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시각디자인과로 진학하고 편집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전자책을 잘 만들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웹 개발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현재의 회사에서 좋은 상사분을 만나 여러 경험을 두루 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AI였어요. 현재는 AI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하거나 코드를 작성해서 사내 내부 시스템에 필요한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개발자가 되었다고 디자인 활동을 아예 접은 건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편집물을 만들거나 디자인하는 활동을 즐기고 있어요. 그래서 이따금씩 포스터나 티켓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인쇄물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사진 취미는 사실 디자인보다 오래되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졸라 샀던 카메라가 사진 취미의 시작이었거든요.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는데요. 그때부터 꾸준히 찍어온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제 사진까지 도달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지인들의 웨딩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조명을 곁들인 실내촬영에 대해 공부하면서 단순히 보이는 풍경을 찍는 것을 넘어서 내가 찍고자 하는 분위기를 직접 만들어 찍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일 외적으로는 글쓰기와 사진이 삶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웨딩 촬영은 가급적 제가 아는 분들을 대상으로만 받고 있어요. 메인 작가라면 반드시 찍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진 및 구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메인 작가님이 따로 계신 편을 선호합니다. 저는 통상적으로 메인 작가님들이 촬영하지 않을 사각지대에서 신랑, 신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감정, 결혼식 장소의 현장감,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표정이나 행동 등을 포착하여 찍곤 합니다.
또 전직 편집 디자이너였던 장점을 살려서 그렇게 찍은 사진들의 흐름을 구성하고, 기승전결과 같은 포인트를 만들어내어 웨딩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를 주고자 하는 편입니다. 클라이맥스 같은 컷을 준비해서 놀라게끔 유도하기도 해요. 제가 촬영해서 만들어드린 앨범들에 만족하는 분들이 많아 저도 기뻤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두 가지 작업인 글쓰기와 사진을 엮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동시에 왜 그것이 사람들에게 읽혀야 하는지, 사람들이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를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혼자서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모임을 계기 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 번 뉴스레터를 주기적으로 발행했었다가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나서 작업을 중단했던 경험도 있었다 보니 뭔가 제대로 된 기획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있었어요. 제가 기획한 콘텐츠에 대한 모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던 거죠.
동시에 저처럼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모임에 온 사람들은 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을 어떻게 해나가는지 같은 것들도 궁금했고요.
보통 좋은 걸 맛보거나 경험하게 되면 그걸 추천하고 싶어지잖아요? 저는 제가 그간 살아오며 마주한 근사한 경험들을 저 혼자만의 것으로 갈무리해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 순간 느꼈던 저의 감정이나 기분, 제 생각들 그리고 제가 마주했던 공간이나 장소가 저에게 주었던 인상 등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간 삶을 살아오면서 저에게 '닿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요.
'닿다'의 어원을 찾아보면 제가 담고 싶은 뜻이 모두 그 안에 있어요.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맞붙어 사이에 빈틈이 없게 되다.'라는 뜻의 '닿다'는 제가 무언가에 접촉한 순간을 표현하는 느낌이고, '어떤 곳에 이르다.'라는 뜻의 '닿다'는 제가 어딘가에 도달했을 때를 상상하게 하죠. 마지막으로 '소식 따위가 전달되다.'라는 뜻도 있는데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이 다른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도 어딘가에 '닿는' 행위이니까요.
그래서 '닿다'라는 콘셉트로 시리즈를 정리해 보고자 하는데요. 우선 제가 닿았던 공간들,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장소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부터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7월로써 넷플연가 <500일의 콘텐츠 작업실> 모임이 끝났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며 다른 멤버분들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얘기 나누고 콘텐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또 오랜 기간 많은 분을 인터뷰한 것은 아니지만 모임 안에서 두 사람의 인생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며 인터뷰를 진행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콘텐츠라는 건 누구나 만들기 어렵지만 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개개인들 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 본인만의 특별한 경험, 타인과 나누고픈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우린 그것을 성공한 콘텐츠라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만의 콘텐츠를 찾길 바랍니다.
▼지난 인터뷰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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