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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ing worker Dec 11. 2019

191210

매일 생긴 일을 그냥 기록합니다

-일어나서 세탁기 돌리고 어제 사 온 오트밀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설거지까지 한 후 출근. 점심은 고구마. 너무 건강한 식단이네.

-수업 후에 페페로 (페미니스트가 알려 주는 페미니즘 노동법) 강의에 갔다. 강의는 당연히 유익했지만 질문 시간이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노동법을 배우고 현재 내가 처한 위치와 근무 조건이 얼마나,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왔기 때문에 내 상황에 비추어 질문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런데 간담회 시간도 보다 전반적인 노동 현실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질문하기 좀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자리가 있는 것은 귀하다. 문득 동료들의 요구조사를 한 후 일정 인원 이상이 원하면 노무사 분을 초청해 기본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 겸 '우리들'의 문제와 지향점에 대해 간담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직업의 거지발싸개 같은 상황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노동법을 공부하고 노무사가 되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그리 심각하지는 않게) 간헐적으로 해 왔다. 그러나 선뜻하지 못하는 것은 나는 대체 언제까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위해 나의 에너지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취미 생활하듯이 일주일에 한두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낮에 택배 기사 분이 같은 건물 내 다른 집 앞에 택배를 갖다 놔서 귀가 후 찾아왔다. 아빠가 홈쇼핑에서 사서 보낸 옷이다. 아빠가 왜 내게 옷을 사 보낼 생각을 했는지 안다. 돈을 쓰고 마음을 쓰게 만든 것이 죄송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 20대는(그 시간들 앞 뒤의 10대 시절 조금과 30대 시절까지) 이런 것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나도 알고 아빠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렇게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서글펐다.

-다행히 옷은 내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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