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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ing worker Mar 02. 2020

새로 첫 출근

[40의 일기 no.6]

 고요하게 그렇지만 급하게 지나간 2월이었다. 코로나 19 사태와 관계없이 나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 번도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상상만 했을 뿐 계획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실행을 하게 됐고 결실이 있었고 그래서 내일 첫 출근을 한다.

  첫 출근이지만 이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니던 직장의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승진도 아니다. 직위 자체는 승진 같지만 따로 채용 공고를 하고 지원을 받아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채용이 된 거라 직장의 인트라넷에서도 직원 번호를 따로 받지만 로그인 정보는 유지되고 이전 위치에서는 사직이 되고 새로운 위치로 재임용되는 좀 이상한 방식이다. 그렇게 나는 13년을 다닌 직장에 내일 새로 첫 출근을 한다.

 채용 공고부터 발표까지 좀 급하게 돌아간 데다가 코로나 19 사태로 직장의 기본적인 일들이 정신없었고 발표 후 거친 사직 절차와 임용 절차가 자잘하지만 있었고 그래서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새로운 사무실로 가기 위해 아무도 없는 강사실에 들어가 자리를 정리했다. 의무적으로 2년 간 보관해야 하는 시험지들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사물함까지 정리하니 상자가 여럿 나왔다. 그 상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떠나지 않는데 묘하게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자리에 가서 즐겁고 행복해하는 사람을 못 봤다. 그리고 그 자리는 내가 이 직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줄어드는 자리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상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은, 최근 꼭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이 분야와 연관된)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 생각이 틀렸다면 그래서 내가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힘들어하게 된다면 그때는 그만둬야겠다는 각오로.


 어쨌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근무조건으로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은 잠들기 전에 내가 그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인가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주 50시간 이상은 직장에 있지 않겠다. 그리고 방학을 사수하겠다.(못하면 휴가를 꼭 챙기자)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계획이 갑작스러운 일들로 인해 뒷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무리하지도 자신을 감추지도 지나치게 드러내지도 않겠다.

 구성원들과 거리를 두자.

 새로운 아이디어에 급하게 즉, 선입관으로 평가를 내리지 말자.

 미루지 말자.


 그리고

 근무 시간 외에는 직장인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루틴과 일상을 갖자.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나도, 일하지 않는 시간의 나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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