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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이슈 Dec 12. 2021

1차원이 되고 싶어

다차원의 마음을 가진 미성숙한 존재가 나아가는 과정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지 않을 줄로만 알았던 서른이 되었고 서른 하나의 나이가 된다.

성인이 된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어느 정도는 성숙해졌고 조금은 어른이 되지 않았는가 싶다.

아직도 미성숙한 부분이 차고 넘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체적으로는 자라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 속은 자라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난을 겪는 시기가 청소년, 사춘기일 것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샘솟고 아직까지 부족한 여러 경험들에서 나오는 실수들, 그런 와중에 다 컸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학교라는 곳이 그러한 이들이 여럿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혼란스러운 공간이란 말인가.

매일매일 사건과 문제의 연속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평범한 이도 여러모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가 사춘기인데 남들과 다른 이가 겪는 사춘기라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다차원의 마음과 정서가 힘겨워 일차원으로 단순해지길 바라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 일차원이 되고 싶어 안에서의 상황처럼 말이다.


- 여기서부터는 내용 스포 -



주인공은 D지역의 강남구라 불리는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소년들처럼 당연히 겪는 학업에 대한 부담,

아이엠에프를 겪으며 지독하게 가세가 기운 집, 사춘기라는 시기,

더욱이 주인공은 남들과 다르게 자신과 동성인 남자를 좋아하다 보니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는 데에는 능하지만

보다 더 복잡하고 외로운 정서 상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데

주인공 역시 윤도라는 한 남학생에게 사랑에 빠진다.

자신을 해리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윤도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간다.

하지만 주인공과는 너무 다른 범주에 속해있는 윤도이기에

그 마음을 갖고 있는 속상한 일이 다분할 수밖에 없다.



밸런타인데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책상 위에 올려둔 초콜릿을

우연히 학원의 같은 반인 이무늬에게 들키고  비밀을 약점 삼아

함께 어울리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과 속마음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사춘기라는 복잡한 정서를 가진 시기에 이를 공유하고

서로가 위로가 될 수 있는 관계를 갖는 것,

만약 그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구원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 박상영은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관계를, 그 시절 내 삶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구원의 존재를 가상의 세계 속에서나마 찾아내고 싶었다.”



나는 어떠하였는가. 나는 그런 구원의 존재가 있었나.



주인공의 윤도라는 한 남자아이를 향한 마음으로 인해

슬픔과 좌절을 계속해서 겪지만 한 번씩 받게 되는 그의 관심과 애정에

그 관계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그 마음은 커져만 간다.



다른 아이들처럼 이성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벅찬 마음일 텐데

남들과 다르게 동성을 좋아하는 주인공은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주인공의 친구인 이무늬, 아는 동생인 강태리, 그 누나인 강태란,

이 모두가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품고 있다.



모든 사랑은 다 다르다. 모두가 다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떤 사람들은 저들의 사랑이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고 말할 것이다.

틀린 사랑을 과연 누가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청소년기를 겪은 이 책의 아이들은 모두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어렵고 슬프고 복잡하고 예민한 어렸던 마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뎌지고 닳고 닳아가며 성숙해진다.



아무래도 2000년대에 청소년을 보냈다 보니 그 시절, 그 분위기에 보다 잘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싸이월드, 캔모아,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그 시절 유행했던 가수나 만화책까지,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여러 가지 흑역사들도 함께 새록새록 비집고 나와 속으로 비명을 몇 번이나 질렀던지.


보통 개연성이 떨어지면 책에 대한 감흥이 확 깨지는 편인데

등장인물들이 다 청소년, 사춘기를 겪는 이들이라는 핍진성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한줄평: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재밌게 읽다 보면 어렵고 슬프고 복잡하고 예민한 어리고 어렸던 다차원의 마음을 지닌 시절의 추억과 함께 흑역사를 소환하게 된다.

평점: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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