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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Oct 16. 2021

친구란 말에 굳이가 붙는 순간

굳이 많이 필요 없겠다.

 예전에 소설가 김영하가 친구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 어렴풋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최근 사람 관계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내가 삶을 잘못 살았나 싶은 순간들이 연달아 찾아왔다. 난 항상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지만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주변 사람들은 내게 큰 아쉬움들을 남겼다. 사람들은 조금 더 관계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대해 감사함 대신 이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잘 지내고자 하는 노력을 보면 그것이 자기가 갑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고 몇 주간 일어난 일들에 크고 작은 일에 고민과 걱정을 글로 털어버리고 싶다.


 1. 친구 A, 3년 만에 온 연락.


 샤워를 끝내고 방에 들어오니 등록 안 된 번호로 전화한 통이 와있었다. 무심결에 다시 걸면서 최근에 핸드폰을 바꿨기에 깜박하고 등록 안 한 번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번호를 보면 볼수록 낯이 익었고 전화기 너머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름을 연신 부르면 자신을 모르냐고 물었지만 난 기억해내지 못했고 상대방이 본인을 밝히고서 3년 전 기억 저편에 있던 이름을 현재로 되살릴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3년 전 연락을 차단한 친구이자 내가 처음으로 연락을 차단한 친구였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일을 손에 꼽으라 하면 3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아마 가장 크게 화를 냈던 것 같다. 차단을 한 그날 나는 취업 준비로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동반한 교육 프로그램이라 서로를 알기 위해 뒤풀이 자리가 있었으니 친구 A의 연락에 동네로 향했다. 차차 팀 프로젝트를 하며 친해져도 괜찮다 생각했고 모르는 사람이 여럿 있는 자리에 어색하게 있는 것도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근데 애석하게도 친구 A는 약속을 깨버렸고 그 당시 막 취업을 A는 다음에 밥을 사겠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A를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A는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깼다. 이 전 비슷한 전례가 있었기에 이런 사람하고 굳이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경고성 멘트와 다시 연락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모든 연락을 차단했고 이후 삶에서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A가 3년 만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마침 핸드폰을 바꾸면서 데이터 이동을 하지 않고 일일이 새로 등록해서 차단까지 재설정해야 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별 감정이 없는 듯 이야기를 했지만 굳이 계획에 없던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A는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처럼 나를 대했고 그 모습이 내심 불편했다. 다음 주에 보자는 말에 그래 한 번 보자 하며 넘어갔지만 이미 끝을 봤다고 생각인 인연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3년 내내 이따금 연락을 시도한 A의 정성에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2. 후배 B, 네 잘못을 왜 나한테 돌려.


 후배 B는 같은 과 후배로 나름 정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 후배였다. 16년 한 교내 프로그램에서 만났을 때 처음 대학교에 들어왔을 때 나를 보는 듯해서 말 한마디라도 잘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각자 삶이 바빠지는 와중에도 1년에 한 번은 만났고 종종 연락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며칠 전 공무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며 연락이 왔고 오랜만에 보자고 했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밥이라도 사주며 응원의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만나기 전 날 어디서 만날 것인지 정하자고 했고 그녀는 갑작스레 이상한 대답을 늘어놓았다. 약속을 두 개 잡아놨는데 아직 하나가 안정해져서 나를 만날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둘째로 내가 항상 짜증 내는 사람이고 이번에도 짜증만 낼 것이 분명하니 다음에 만나자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답을 들을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본인이 약속 두 개를 잡아놓고 내 탓을 하는 대답에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았고 침착하게 본인의 잘못을 왜 내 탓을로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시험을 잘 준비하라고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나 말고 다른 약속은 취업과 관련된 대외활동이었기에 취업이 힘들었던 내 마음에 연민이 들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했다. 하나,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힘든 일이지 되묻고 싶었다. 


 언제나 사람들 사이의 일은 결정 내리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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