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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Nov 15. 2021

해고, 실제로 벌어지는 일

생존 그 이상의 의미

 이제 일을 한 지 3개월을 향하고 있다. 보통 기업들은 3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을 잡는데 이제 그 기간이 다되어간다는 건 단순 기간 이상의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큰 의미가 담긴 기간이다. 또 한편으로 별거 아닌 일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일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마두 치게 된다. 그런 일이나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회사라는 집단 특성상 모든 건 일처리 능력으로 이어져 일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그런 일이 불행하게도 내 동기에게 일어났다.

 지금까지 해고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참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져 왔었다. 흔히 트럼프의 TV쇼에서의 유행어처럼 혹은 예전 무한도전에서 정 과장의 모습처럼 익숙한 말이지만 해고라는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아마 동기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를 듣게 된 경위는 저번 주 항상 점심을 싸와서 먹던 동기가 갑자기 할 이야기 있다며 나를 불러내서 점심을 먹자고 불러내어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땐 뭐라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전날 상사들과 자리를 오래 비웠던 일이 떠올랐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둘 다 사회초년생이라 하루하루 고생하는 상황에서 심적으로 의지하며 지냈기에 짧은 기간임에도 정이 들었었다. 그랬기에 이야기를 들은 후 일주일은 마음이 몹시 좋지 않았다.


 회사가 참 무섭게 느껴졌다. 나 역시 잘리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시간들이 나를 옥죄었다. 회사 밖이 아닌 회사 안에서는 느끼는 고용 불안은 또 다른 혼란스러움이었다. 개발, 아트, 기획과 달리 직접적으로 당장 일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마케팅으로서 순간 내가 무력해 보였다. 나의 포스팅이 제품 판매와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 나의 수치 기록이 이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당장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뿐이다. 돌이켜보면 회사에 들어와서 행복하다고 글을 썼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인데 참 앞일은 예측불허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안정성 높은 공무원이 떠올랐고 적어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고 다들 공무원이 되려 하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기업 준비를 위해 NCS와 경제학을 공부하던 때를 떠올리면 그 길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용하지도 않을 지식에 과도한 노력을 요구한다는 불합리함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매번 우리의 삶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이 것을 알고 있어야 심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염두에 두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은 2021년 이제 1달 반여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과연 어떤 일이 날 또 기다리고 있을까. 그건 행운일까 아님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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