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icial Kes Jan 02. 2022

나만의 감성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걱정된다. 요즘 글이 안 써진다.

 입사 4개월의 접어든 이때 이제는 세월을 입사 기준으로 세고 있는 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되어 일이 줄어들기보다는 일이 점점 늘어난다. 회사 일 이 외에도 생각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청약이며 적금이며 이제는 필수라는 투자까지 마치 우리는 만능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 힘써서 그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생각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곳을 회사일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채우다 보니 글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 더 정확히는 글을 쓸 시간을 만들 수는 있지만 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은연중에 글을 생각하다 보면 이런 내용을 써야지 영감을 얻을 때가 있었지만 그것이 자리 잡고 앉아 있는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글 쓸 시간은 커서가 깜빡이는 시간으로 메워진다. 그렇게 겨우 몇 자 쓰고 작가의 서랍장에서 쓸쓸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생각을 글로 써서 구체화하니 더 씁쓸해진다. 


2021년 12월 24일 이태원에서

 더불어 글의 내용도 그렇다. 최근에는 시를 거의 쓰지 못했다. 내 삶에 대한 이야기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도 정말 좋지만 브런치의 원래 목적이 시였던 만큼 시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늘 자기 전에 좋은 문구들이 떠올라서 핸드폰에 기록을 해두고 이런 내용을 써봐야지 하는 날들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내일 출근을 위해서 빨리 잠들기 바쁘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는가라는 물음이 붙고 나는 아니라고 감정이 겪하게 반응하지만 지금 현실을 기적처럼 뒤집을 수는 없다.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삶과 현실의 삶의 간극이 크다 보니 직장에서 큰 괴로움은 없다만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토록 원했던 직장인데 이게 뭔지라는 생각이 이따금씩 든다. 아마 요즘 퇴사율이 높은 것도 나랑 비슷한 이유 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모두가 하는 생각이지만 참 아버지가 대단해 보인다. 긴 시간 직장 생활을 하고 지금 보다 수직적인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버텨내신 건지 가늠이 안 간다. 뭐 그 당시에는 다 그랬다는 말로는 모두를 이해하긴 어려운 것 같다. 


The Quiett-Music, Tablo-열꽃, Kendrick Lamar-DAMN. 3개의 앨범 청음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준에 돌입했을 때 인생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 나아간다는 게 정말 어렵다. 그리고 원하는 걸 하더라도 막상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삶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네가 바라는 게 이 것이 맞니? 무엇을 바라니? 답이 명확했다면 편했을 텐데 딱히 답이 명확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음악, 글로 벌어먹고 살고 싶다는 소망. 이에 따라야 할 내 구체적인 행동들,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 뭐든 도전해가다 보면 길이 나올 것이라는 걸 알지만 도전에는 리스크가 따라오기에 겁이 난다. 참 욕심쟁이다. 리스크 없는 도전은 없을 텐데. 돈이 많다면 그 리스크가 현저히 줄기에 한 편으로 나도 부모님이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도전의 시작으로 컴퓨터 한 대를 새로 맞췄다. 200만 원 가까이 쓰면서 이전에 이렇게 큰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안 났다. 일단 1년은 도전이다. 간단한 적금은 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돈도 투자하고 시간도 투자하겠다는 심산이다. 음악 장비도 하나씩 사보고 책도 마음대로 사보고 영감은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틈틈이 나를 흔들어 깨워야겠다. 12월 중반에 쓰던 글을 1월 2일, 해를 넘겨서 어렵게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도와준 SZA-Broken Clocks이 너무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해고, 실제로 벌어지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