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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y 12. 2020

내 첫 직장은 별다방이었다.

Bar 밖은 모르는 Bar 안의 이야기

제목 그대로 내가 별다방을 다녔다. 그냥 이야기를 쓰는 것이 재밌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는 별다방을 주제로 적었다. 글의 목적도 나의 유희인만큼 너무 몰입하지 말고 술자리나 카페에서 친구 이야기 듣는다는 생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야기를 풀기 전에 먼저 내 소개를 간략하게 하겠다. 나는 2년 정도 근무했고 수도권에 있는 지점에 근무했고 수퍼바이저까지 진급했고 큰 매장, 작은 매장 다 있어봤다. 휴우~ 위에 더 높은 직급이 있긴 하지만 수퍼바이저가 실제 살림살이를 하는 입장이라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퇴사를 한지 오래되어서 조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별다방에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물론 개 같은 경험도 많이 했다.) 그때 모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학비도 충당했다.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여전히 만나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난 좋은 이야기만 쓸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비방하자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내가 겪을 것을 진솔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그렇게 2년간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다.


 

 서론이 참 길었다. 오늘의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르바이트하면 카페 아르바이트를 많이 생각하는데 과연 실상은 어떨까? 아마 찾아보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텐데 어떤 사람은 매우 악평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재입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렇게 평이 갈리는 걸까?


1. 첫 번째 직급 바리스타

 별다방에 입사를 하는 방법은 바리스타로 들어오는 방법이 제일 일반적이다. 이전에 다른 방법이 존재했지만 없어졌고 오피스직은 점장이 되어서 지원하거나 경력직 채용으로 이루어진다. 별다방은 크게 4개의 직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리스타, 수퍼바이저, 부점장, 점장인데 부점장 진급부터 일반 회사처럼 인적성 시험과 커피 지식 평가 시험, 1차 면접, 2차 면접이 준비되어있다. 보통 잠깐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을 바리스타를 하고 때가 되면 퇴사를 한다. 


2. 바리스타? 그럼 내가 커피 만들고 재밌겠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는 초년생들이 하는 착각이 바로 이거다. 한 번쯤 주의 깊게 Bar 안을 봤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Bar는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을 이른다.) 매우 분주하고 정신이 없다. 당연히 중요한 자리에 바리스타를 넣을 리 없다. 음료는 핵심 서비스인데 초보자에게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 무엇을 할까? 먼저 매장을 익히게 한다. 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빠르게 적응하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후는 점장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마감 업무를 먼저 배우게 한다. 말이 마감 업무지 쓸고 닦고 쓸고 닦고 이다. 여기에 설거지까지! 그렇게 마감 업무를 배우면 오픈 업무를 배우고 미들 업무를 배우고 그리고 수십 가지의 레시피와 유통기한이 적힌 종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들을 멘붕을 겪게 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


3. 그럼 내가 바라는 모습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2번에 서술한 과정만 거쳐도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물론 카페 경력이 있는 사람은 쉽게 습득하겠지만 처음인 사람은 장담하건대 3개월은 걸린다. 수많은 바리스타를 겪어온 바로 확신할 수 있다. 그렇게 레시피와 유통기한을 외운다고 또 Bar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만드는 것은 또 별개라서 연습으로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손님은 바리스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별다방은 당신도 알다시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가? 그 많은 음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조하려면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그래서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직접 음료를 대접하기까지는 몇 개월이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하면서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너무나 다르기에 금방 지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4. 근데 또 함정카드가 있다고?

  별다방은 정말 매장마다 상황이 다르다. 물론 대부분 바쁘다. 그러나 그 바쁨에도 수준의 차이가 있다. 주택가나 오피스텔에 위치한 매장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 바리스타를 육성하고 1인분을 하는데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줄 수 있다. 물론 진짜 짬이 안 나긴 한다. 그럼 역세권은 어떨까? 그냥 가르칠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바쁜 매장은 그냥 몇 개월 동안 쓸고 닦고 설거지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퇴사를 바로 고민한다. 여기서 가장 악평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게 설거지 식당 알바인가 카페 알바인가?) 게다가 매장 내에서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설거지는 더 많아졌고 초보 바리스타는 싱크대 앞을 벗어날 수가 없다. 


카페에서 일하는 실제 내 모습

5. 일이 문제겠어? 사람이 문제지.

 별다방도 이 말에서 예외는 아니다. 별다방은 정말 바쁘다. 우리가 손님일 때는 외국 음악이 나오고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혹은 연인들과 웃고 떠들기 바쁘다. 하지만 Bar 안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렇게 바쁜데 누군들 좋은 소리가 나오기 쉽지 않다. 나 역시 초보 바리스타 시절 엄청 갈려서 정말 짜증 났었다. 그래서 뒤에 들어오는 후임 바리스타들에게 정말 잘해줬다. 여하튼, 바리스타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좋은 소리도 못 듣고 컵과 접시는 쌓여가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다. 그 상황에서 꼭 뒷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텃세를 부리는 사람까지 존재한다. 도와주지 못할 망정 화를 내고 실수에 대해 지적만 한다. 그렇게 바리스타는 퇴사를 확정 짓게 된다.



6. 그럼 어떤 사람들이 재입사를 하는 걸까?

 이렇게 나쁜 것만 같은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재입사를 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보통 아르바이트생을 기준으로 하겠다. 정말 운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재입사를 고려한다. 사실 사회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기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과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맞다. 물론, 그냥 나쁜 사람도 있고 게다가 어딜 가든 꼭 있다.  당연히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이 당연하고 여기에 나쁜 사람도 더하면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천운이 따라 좋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으면 다닐만하고 배우기도 수월해진다. 별다방 업무는 한 번 배워놓으면 어느 매장이든 거의 똑같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나중에 장점을 적게 된다면 이 부분을 더 적어보겠다.) 그래서 적응기가 필요 없는 별다방을 선택하고 기업도 신입을 뽑기보다는 재입사자를 뽑는 것 이득인지라 재입사자를 선호한다. 정리하자면 좋은 사람을 만났거나 이미 별다방 초보 혹한기를 이겨낸 사람들이 재입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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