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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n 01. 2022

삶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니

 날이 뜨거워지는 와중에 선거 유세 차량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더 따갑게 느껴지고 있다. 자신을 뽑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나는 어찌나 감정의 호소에 이렇게나 냉혹해지는지 오히려 마음을 닫는다. 나 살기 바쁜 지금 10대, 20대 그리고 30대에 접어들면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나에게 앞으로의 미래도 이렇게 편치 못한 삶을 겨우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돈에 목말라 혹은 사랑에 목말라 어쩔 줄 모르는 마음 한편을 겨우 잠재운 채 몇십 년을 더 버텨야 한다니 절망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버티는 삶이 맞는 걸까?


 최근 한 달 동안은 주말 없는 삶을 보냈다. 데이터 분석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싶었고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도 썼다. 한 달 전 이직이라는 고민의 종지부를 찍고 실천에 나섰다. 겨우 회사에 들어왔지만 뭔가 자극 없이 흘러가는 내 삶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뭔가 내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나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신입이 뭘 하겠냐는 조소 속에서 나는 뭔가 1년 만에 뭔가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뭔가를 배웠으면 좋겠지만 스타트업이라는 회사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 온전히 배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제로베이스에서 고군분투했다. 내 인생 처음 보는 정부지원사업 결과보고서 및 지원서로 쓰면서 사업을 잘 마무리하거나 따냈다. 물론 콘텐츠 제작 지원에서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화 부분을 작성한 나의 기여도를 굳이 따지자면 20%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게임 유통 과정도 맡아서 게임을 입점시켰다. 전공이 영어였지만 2년 동안 영어를 쉬다가 쓰려니 막막했다. 수백 통의 영어 메일을 쓰면서 어렵사리 두 곳에 론칭을 했고 나름의 성취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마케팅 교육 지원 사업에 신청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기뻤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한계 아니 우리 회사의 한계가 명확하게 보이니 나 역시 불안했다. 콘텐츠를 만들어낼 제대로 된 인력도 부족하고 각자 맡은 일을 어렵사리 해내고자 당장 눈앞에 일을 해치우기 급급했다. 서로 교류도 없이 흘러가는 이 시간들이 외롭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처음 면접을 볼 때 대표님이 열정적이시고 VR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뭔가 가슴 뜨겁게 만들었는데 현실은 차가웠다. 이래도 다들 큰 회사를 가라고 한 건가 싶은 생각도 크게 들었고 결국 나를 취업시켜줬던 스터디 카페를 다시 끊었다. 

 

 코세라에서 구글 데이터 강의를 듣고 자소서도 쓰고 글도 쓰고 영어 공부도 하고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배민 인턴 지원이 떨어지고 교육 지원 사업에서 최종 평가 발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자 크게 낙담했다. 사실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어찌나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너무나 현실이 야속했다. 늘 그래도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기회가 도대체 언제쯤 찾아오는 것인지 기회를 위해서 지금도 힘든 나를 더 쥐어짜야 하는 것인지 공허한 고민이 나를 헤집어놨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안 들인 것은 아니기에 실망했다. 지칠 때로 지친 마음을 이끌고 그저께 컴투버스 인턴 지원서를 넣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오늘 지방선거라 어제 저녁 여유를 되찾았는데 최종 평가 발표에서 실수한 내용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고 24시간 내내 밤을 새우면서 해도 재밌을 게임들도 흥미가 없었다. 아니 재미를 느끼기에는 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다. 그런 와 중에도 유일한 나의 낙인 영화를 보기로 했고 오랫동안 보기를 미뤘던 비포 선라이즈를 보았다. 여행 중 하루 동안의 사랑이라니 영화 같은 스토리였다. 이런 영화 같은 설정보다 그들이 가치관과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지만 내가 늘 찾고 싶어 했던 그리운 느낌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서슴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예전에는 이런 교감들이  중요한 가치였는데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우울했다. 나는 너무 빠르게 잃어버린 것 같았다. 


 취준을 하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라는 사람이 없어졌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벌어먹고 싶고 시를 쓰고 언젠간 책을 내고 싶어 했던 나는 사라졌다. 사랑도 사라졌다. 지금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이전 사랑에 대한 아쉬운 감정만이 씁쓸하게 내 곁을 지킬 뿐이었다. 왜 이렇게 내 삶이 흘러가는 걸까? 이런 삶을 꿈꾼 것은 아니었는데. 누가 내 삶을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드는 건데 왜 이럴까. 늘 내 손에 키가 쥐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비슷비슷하게 누구나 가는 길을 등 떠밀려 가는 듯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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