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보는 거야
사실 나조차도 나에게 놀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고집스러운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삶을 살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럭저럭 나를 숨기며 살아왔지만 늘 하기 싫은 일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을 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인간관계, 학업, 취직, 연애 등 참 이런 성격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가끔은 하기 싫은 일들에 지쳐 내 입맛대로 행동하다 친구를 잃고 여태껏 후회를 하고 있고 나를 이기지 못하고 내 식대로 공부를 하다가 수능에서 피맛을 봤고 취직까지도 참 어려웠다. 이처럼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내 마음에 억제기가 두고 참 어렵게 어렵게 꾸역꾸역 해왔다. 눈부신 성과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내가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직장인까지 되고 나니 다 포기하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나의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글에 대한 생각도 사라지고 가슴 뛰는 일도 없어졌다.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사라지고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다음은 뭘 준비해야 하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존에 급급해 몸을 잔뜩 웅크린 커다란 그림자만 존재할 뿐이었다. 사회라는 세상을 알면 알수록 시야는 좁아져 그렇게 안 살면 나는 끝나고 영원이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았지만 한 곳에 몰두할수록 정해진 생활과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생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삶의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 염증은 1년이 지나가 중증에 이르러서 나는 삶의 의미를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 늪에 몸소 들어갔다. 참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즐겁고 행복할 때는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기 때문에 삶의 의미에 대해 따지지 않는다. 만약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내 안의 하나부터 백까지 모두 끄집어내어 내가 찾는 것이 맞는지 대조하는 작업을 하며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무언가에 찾아 휩쓸려가는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운 좋게 찾는다 해도 그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결국 이 것을 찾지 못한다면 난 죽고 말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남은 한두 달 동안 참 고민이 많았다. 어렵게 일을 구했고 또 내가 원해서 들어간 곳이었으니 더더욱 아쉬움도 컸다.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회사가 잘 되기 위해 노력하자는 마음도 컸기에 정도 많이 들었었다.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구직 기간도 길었고 내가 원하지 않는 곳은 입사를 거절했으며 참 드라마 같은 방식으로 취업을 했기에 할 말이 많았다. 물론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나오는 것에 후회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위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과정을 등지고 나오면서 더욱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결국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해야지 그것을 하지 못하면 결국 먼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한편으로 유연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두려웠다. 단단하면 오히려 큰 한 번의 충격에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부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렇다고 이런 두려움이 있지만 잠시 접어두고 어디까지 밀고 나가나 나를 시험해보기로 마음먹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쪽도 막다른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하면서 산다는 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늘 불안함과 갈피를 못 잡던 생각이 사라져서 한결 마음은 편해졌다. 지금 새벽 2시 반 늘 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줬던 글도 다시 쓰고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음악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2020년 SQL을 공부하면서 미래에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박여있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갈 날을 대비하여 데이터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야 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변명도 핑계도 없다.
참으로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