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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Sep 17. 2022

나의 고집

끝을 보는 거야

사실 나조차도 나에게 놀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고집스러운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삶을 살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럭저럭 나를 숨기며 살아왔지만 늘 하기 싫은 일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을 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인간관계, 학업, 취직, 연애 등 참 이런 성격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가끔은 하기 싫은 일들에 지쳐 내 입맛대로 행동하다 친구를 잃고 여태껏 후회를 하고 있고 나를 이기지 못하고 내 식대로 공부를 하다가 수능에서 피맛을 봤고 취직까지도 참 어려웠다. 이처럼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내 마음에 억제기가 두고 참 어렵게 어렵게 꾸역꾸역 해왔다. 눈부신 성과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내가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직장인까지 되고 나니 다 포기하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나의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글에 대한 생각도 사라지고 가슴 뛰는 일도 없어졌다.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사라지고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다음은 뭘 준비해야 하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존에 급급해 몸을 잔뜩 웅크린 커다란 그림자만 존재할 뿐이었다. 사회라는 세상을 알면 알수록 시야는 좁아져 그렇게 안 살면 나는 끝나고 영원이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았지만 한 곳에 몰두할수록 정해진 생활과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생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삶의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 염증은 1년이 지나가 중증에 이르러서 나는 삶의 의미를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 늪에 몸소 들어갔다. 참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즐겁고 행복할 때는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기 때문에 삶의 의미에 대해 따지지 않는다. 만약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내 안의 하나부터 백까지 모두 끄집어내어 내가 찾는 것이 맞는지 대조하는 작업을 하며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무언가에 찾아 휩쓸려가는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운 좋게 찾는다 해도 그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결국 이 것을 찾지 못한다면 난 죽고 말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남은 한두 달 동안 참 고민이 많았다. 어렵게 일을 구했고 또 내가 원해서 들어간 곳이었으니 더더욱 아쉬움도 컸다.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회사가 잘 되기 위해 노력하자는 마음도 컸기에 정도 많이 들었었다.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구직 기간도 길었고 내가 원하지 않는 곳은 입사를 거절했으며 참 드라마 같은 방식으로 취업을 했기에 할 말이 많았다. 물론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나오는 것에 후회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위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과정을 등지고 나오면서 더욱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결국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해야지 그것을 하지 못하면 결국 먼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한편으로 유연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두려웠다. 단단하면 오히려 큰 한 번의 충격에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부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렇다고 이런 두려움이 있지만 잠시 접어두고 어디까지 밀고 나가나 나를 시험해보기로 마음먹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쪽도 막다른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하면서 산다는 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늘 불안함과 갈피를 못 잡던 생각이 사라져서 한결 마음은 편해졌다. 지금 새벽 2시 반 늘 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줬던 글도 다시 쓰고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음악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2020년 SQL을 공부하면서 미래에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박여있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갈 날을 대비하여 데이터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야 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변명도 핑계도 없다. 


참으로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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