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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n 06. 2020

스타벅스는 왜 직장이 될 수 없는가

Bar 밖은 모르는 Bar 안의 이야기

Prologue

 내 취미는 글쓰기,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고 첫 주제로 별다방으로 정했다. 글의 목적도 나의 유희인만큼 너무 몰입하지 말고 술자리나 카페에서 친구 이야기 듣는다는 생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내 소개는 2년 정도 근무, 수도권에서 근무, 슈퍼바이저까지 진급, 큰 매장, 작은 매장 모두 근무.

휴우~ 위에 더 높은 직급이 있긴 하지만 슈퍼바이저가 실제 살림살이를 하는 입장이라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퇴사를 한지 오래되어서 조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별다방에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물론 개 같은 경험도 많이 했다.) 그때 모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학비도 충당했다.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여전히 만나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이야기만 쓸 생각은 없다. 비방하자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내가 겪을 것을 진솔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그렇게 2년간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다.





1. 서비스업에 대한 시선

 별다방은 문화를 판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직급에 상관없이 음료를 제조하고 포스를 본다. 이런 일을 흔히 서비스업이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우리나라는 체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이런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직장이든 상사가 있고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사람을 응대하는 일에 치인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 차원의 이야기고 나는 그냥 음료를 파는 사람이었다. 동네 주변에서 근무한지라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들을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내심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고 당당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2. 밥

 밥을 두 번째 이유로 든 것은 그만큼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그러나 매장직을 근무하면 밥 먹는 일이 참 힘들다. 바리스타 때는 30분 슈퍼바이저로 진급하면 40분의 기본 휴게 시간을 보장받는다. 못 먹는 시간은 아니지만 밥 먹는 게 참 수고롭다. 나가서 먹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돈도 많이 든다. 돈을 아끼려면 미리 싸와야 하는데 출근도 하는데 밥까지 싸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 그냥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밥 먹는 시간도 참 불만이었다. 휴게 시간은 출근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매장 상황에 따라도 변한다. 손님이 많으면 휴게 시간이 밀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제 때 밥을 못 먹고 항상 식은 밥을 먹어야 한다. 결국 다 귀찮아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마무리한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먹다 보면 힘 빠진다.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유대감 형성을 중요시하는데 내가 먼저 행복해야 상대방한테도 좋은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배고프면 좋은 말이 나오기 힘들다.


동전을 아무 높이 쌓아도 큰돈은 안된다.


3. 월급

 월급! 뭐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뭐 예상하다시피 적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전문적인 일이 아니니 그만큼 월급도 적은 게 당연하지만!!! 적어도 너무 적은 것 같다. 슈퍼바이저는 그렇다 치고 예전에 신세계에 임직원이 된 부점장 직급의 월급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일에 비해 짜게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성과급이 많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중요한 건 기본급 아닌가? 게다가 사람의 중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별다방은 사람의 가치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직원들 선물로 무슨 컵 하나 만들 시간에 월급이나 더 올려줘라!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도 컵이나 우산은 잘 쓰고 있다. 고맙다 스타벅스. 역시 스타벅스는 밖에서 즐길 때 좋다.


4. 업무의 루틴화

 매장의 업무는 적당히 바쁜 매장 기준으로 11~12개월 안으로 거의 다 배우게 된다. 흔히 '3자'라고 불리는 내부 위생 점검 안내나 발주 등 중책을 맡아보고 그 사이에 매장에 필터 변경이나 얼음 제조기 청소나 이것저것 바쁘게 보내다 보면 새로웠던 것들이 금세 익숙해지게 된다. 그 당시 내 스케줄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MD발주, 음료 만들고, 포스 보고, 청소가 끝이었다. 나는 커피 이외에 것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스타벅스에서는 개인을 발전시킬 방법이 커피로 한정적이었다. 물론 커피 회사에서 커피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가 동원 참치를 다닌다고 참치 전문가로만 길이 뚫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니면서 개인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 이외에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무직으로 도전하기 위해서는 점장인가 부점장이 되어야 공모가 가능한데 점장으로 가기까지 빠르게 4~5년이 걸린다 치면 새로움 없는 4년 정도의 시간은 조금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지루한 일상의 연속...


5. 학교 다닌 것이 아까워서

 스타벅스의 지원 자격은 1. 만 18세 이상의 고졸 이상 학력 소지자 2.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3.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자 4. 커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많은 자로 정해져 있다.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면 모두 지원 가능하다. 스타벅스에 다니다 보니 대학을 나온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을 사서 하는 공모전과 팀플들, 과제, 시험, 교수님들과의 면담. 사실상 취업 사관학교가 되어버린 대학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지만 이걸 하기 위해 그 고생을 한 건가 싶었다. 애초부터 나의 성격과 직업관이 맞지 않았기에 이런 후회스러운 말들이 머릿속에 떠돌았다. 그래서 뛰쳐나와 사기업 취직을 목매달고 있지만 역시 여기도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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