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icial Kes Jun 04. 2020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면

뜨거운 햇빛 아래 구불구불 이차선 찻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양 옆으로는 숲이 우거져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끼리 껴안으며 서로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느 쯤 올라왔을까.

왼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지평선 끝은 반짝반짝 빛나며 영원을 바라 듯 모습을 감추었다.

더 길을 따라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밧줄에 묶인 생선들, 장독대의 출렁거리는 간장, 동네를 쏘다니는 멍멍이

저녁이 되자 어둠이 깔리고 한 치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으로 칠한 세상이 마음에 들어서 일까 내려갈 생각을 하지도 못하였다.

더 위로 걸어갈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위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긴 하였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나는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 순간 유리컵 물속으로 알약이 가라앉는 듯 

천천히 검은색 속으로 아주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 누구도 섬을 나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이런 마을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모습이 변해 다른 모습이겠지만 16년 겨울은 이런 모습이었다. 내가 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16년도에 내 받은 요즘 어때? 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요즘 어때? 우리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우리의 벌이가 괜찮은 건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묻는 건지 아무튼 전반적인 생활을 묻는 아주 복잡스러운 질문이다. 누구는 단순한 질문에 혼자 심각하게 생각하냐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질문에 이런 생각하는 복잡한 면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요즘 어때?라는 질문은 너무 짧고 단순하다. 만약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대답 대신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이런 기분이야. 요즘 생활이 이래. 요즘 잘 지내. 요즘 벌이가 안 좋아. 요즘 그 친구와 관계가 불안해. 모든 답변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그림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멍청한 대답. 누군가에게는 열쇠 같은 대답일 것이다.  


 그림을 그렸다면 대답을 준비하기 위해 붓질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난 그림을 그릴 줄 몰라서 시로 썼다.

작가의 이전글 전시회를 다녀오는 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