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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Oct 06. 2022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후기

예상치 못했던 다큐멘터리의 매력 

 최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그것을 들은 친구의 추천으로 예정에 없던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다녀오게 되었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라 성남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꾀나 먼 거리였지만 나들이를 할 겸 먼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나름 주 1회 영화를 보던 영화 매니아인 내가 최근 볼 영화가 없어 영화관을 못 가고 있었는데 이렇게라고 영화관을 가고 싶었다. 거짓 두 시간이 걸려 영화관에 도착했고 뭐라도 조금 챙겨 먹을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잠시 영화관 안에 앉아 있다가 입장하게 되었다. 사실 첫인상은 영화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썰렁했다. 낡은 메가박스 영화관에 뭔가 동아리 박람회 같은 간이 부스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에 원래 낮았던 기대감이 더 낮아졌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실 영화제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할 것 같았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영화 관계자들인 듯했다. 그래도 주중이라서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개속의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예매하였고 표를 받기 위해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 종이 발권을 했다. 아날로그 세대를 겪었던 나로서 뭔가 이때부터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 듯 기분이 새로웠다.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고양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2000년대 성남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사람은 더 없는 듯한 그런 느낌. 물론 내가 백석만 있어서 일산 쪽은 어떨지 모르겠다. 큰 대로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있는데 사람은 별로 없고 건물 뒤로 가면 조용해지는 그런 도시였다. 뭔가 풍경이 야탑에 온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자면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보고 결정했다. 여러 가지 다큐가 있었는데 처음 제목에 이끌렸고 신부 납치라는 풍습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서 조금 뭔가 심적으로 꺼려졌는데 안개 속에 서있는 아이들의 포스터가 나를 사로잡았다. 결론을 바로 이야기하자면 정말 다큐가 좋았다. 내용은 베트남 소수 민족인 몽족의 신부 납치를 풍습을 담고 있는데 감독이 한 여자 아이 집에 살면서 그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기에 마치 내가 영화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편집을 하겠지만 정말 여과 없이 그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액션 보다도 강렬하고도 진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 글을 쓰는 만큼 정말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몽족은 정말 특이한 신부 납치라는 풍습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어린 나이에 남자 애들이 여자 애들을 데려다가 결혼을 한다. 해당 주인공은 14살로 갓 초등학생을 졸업한 아이였지만 새해 한 남자아이와 만나 남자아이 집으로 따라간다. 나는 납치라고 해서 무슨 범죄처럼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다큐 속에서는 그냥 손잡고 남자 집을 같이 가게 된다. 사실 내가 드는 생각은 여기가 워낙 시골이다 보니 남녀가 만날 기회가 워낙 적고 그 축제에 짧은 시간에 결정지어야 하니 남자 측에서 여자를 데리고 자신의 마을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사실 중학생이 뭘 알겠는가. 그냥 이성에 호기심이 뜰 나이라 그때 서로에게 혹해서 만나는 것일 뿐인데 풍습에 의해 남자는 여자를 데려가고 여자는 납치되듯 갑작스럽게 결혼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특이한 것은 여기 주인공 디(Di)는 조금 당돌한 아이로 자기 의사 분명한 사람이다. 디는 신부 납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도 풍습을 거부하지 못하고 새해 축제에 한 남자아이 집에 가게 된다. 그러면서 남자 측의 부모가 신부 부모를 찾아와 결혼 비용에 대해 흥정을 한다. 마치 결혼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구체적으로 금액을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눈다. 그럼에도 여기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이별주를 마시면 헤어지는 것이고 안 마시면 결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결혼을 하는 분위기이며 디는 여기서 강하게 반발한다. 심지어 학교로 도망치는데 학교 관계자들이 도움을 주게 된다. 사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전통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비윤리적인 부분에 대해 개선해가려는 스탠스를 취한다. 아무리 전통문화라도 14살의 결혼은 문제가 있다고 모두가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도움을 받음에도 아직까지는 풍습이 더 중요한 사람들에 의해 다큐의 마지막 갈등은 정말 절정으로 치닫는다. 반발하는 디를 강제로 데려가기 위해서 남자 측 식구들은 디의 사지를 잡고 끌고 가려 한다.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고 특히 이 다큐의 감독 디엠에게 디가 도움을 요청하는 부분은 정말 무서웠다.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디는 이별주를 마시고 확실하게 신랑 측에게 결혼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이 소동이 마무리되면서 영화가 끝나게 된다.


 다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부모님의 스탠스이다. 엄마와 아빠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아빠는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며 놀라울 정도로 수수방관한다. GV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빠는 매우 열린 사람으로 이 다큐를 찍게 허락한 사람이며 신부 납치를 매우 아름답게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부모 도움 없이 결혼을 할 수 있는 좋은 문화라고 말이다. 글로만 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큐를 보며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풍습이 잘못된다는 걸 알지만 역설적이게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가장 양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엄마인데 엄마는 갑작스럽게 딸을 뺏기는 것에 매우 마음 아파하지만 한 편으로는 딸의 결혼을 찬성하는 측에 서있다. 때로는 디에게 거절하는 법을 알려주지만 때로는 결혼을 거절하는 것에 본인들의 면이 깎였다며 모진 말들을 디에게 내뱉는다. 추측컨데 본인도 신부 납치로 결혼을 해서 그 고통을 알지만 전통적인 가치관에 물들여져 순응할 것을 딸에게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첫 번째 딸을 그렇게 뺏겼기 때문에 디를 그런 식으로 또 보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모진 말들이 나와 첨언컨데 몽족들은 정말 말이 쎄다... 어린아이들이 성적인 농담을 서슴지 않고 특히 엄마는 디에게 정말 심하게 말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 놀랐다. 이런 환경에서 벌어지는 신부 납치를 시작으로 벌어지는 결혼 소동을 여과 없이 보여준 다큐는 나에게 정말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GV를 참석하였는데 신선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관객들의 질문이 그리 좋은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이 잘 이야기를 해주어서 영화의 대한 이해를 더 넓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다큐로 삶에 대해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겉으로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지만 그 안을 조금 만들어가 보면 순탄한 삶이 없고 위 이야기 같은 역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내 주변에도 많고 나 역시도 뒤틀려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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