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icial Kes May 20. 2020

도대체 왜 그러세요..?
별다방 손놈 Best 5

Bar 밖은 모르는 Bar 안의 이야기

Prologue

 내 취미는 글쓰기,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고 첫 주제로 별다방으로 정했다. 글의 목적도 나의 유희인만큼 너무 몰입하지 말고 술자리나 카페에서 친구 이야기 듣는다는 생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내 소개는 2년 정도 근무, 수도권에서 근무, 수퍼바이저까지 진급, 큰 매장, 작은 매장 모두 근무.

휴우~ 위에 더 높은 직급이 있긴 하지만 수퍼바이저가 실제 살림살이를 하는 입장이라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퇴사를 한지 오래되어서 조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별다방에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물론 개 같은 경험도 많이 했다.) 그때 모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학비도 충당했다. 고마운 곳이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여전히 만나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이야기만 쓸 생각은 없다. 비방하자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내가 겪을 것을 진솔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그렇게 2년간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다.


오늘은 정말 별다방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손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정말 하루에도 수많은 손님이 오는 만큼 정말 이상한 손님도 많이 온다. 좋은 손님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우리 희망사항일 뿐. 모두 내가 직접 겪은 일이고 사실 쓸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딱 5개의 에피소드만 정했다. 그냥 포장을 뜯어서 상품을 살핀다든가, 영업 종료했는데 들어와서 환불 요청을 한다든가, 영업 시작 전에 들어와서 구경을 한다든가.... 정말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5개를 선정했다. 정말 기상천외하니... 어이상실 주의!


맙소사 하느님 저를 구원하소서


EP1-도둑질도 똑똑해야 한다.


 손님으로 붐비는 주말! 점장이 나에게 마카롱이 숫자가 안 맞는다고 계산한 게 있냐고 물었었다. 나는 없었다고 말하고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점장은 마카롱을 누가 훔쳐 갔다는 것이다. 아니 훔쳐간 걸 마감 때도 아니고 대낮에 개수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면서 뭔 일이지 싶었다.(마감 때 MD 일일 재고 실사를 하기 때문) 점장은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CCTV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금세 도둑을 잡았다며 경찰에 전화했었다. 아니 이렇게 빠르게 도둑을 어떻게 잡았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마카롱 훔쳐 주머니에 넣고 음료는 카드로 계산했다. 이후 손님은 창피했는지 직접 와서 계산을 안 하고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생 떼를 부렸다. 아니 그럼 매출이 안 잡히는 데 어떡해요!! 한 참 뒤에 남편이 대신 와서 사과를 하고 계산을 했다. 


EP2-우리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우리 매장에 자주 오는 할머니가 계셨다. 매번 원두를 고르시기에 직원이 스타벅스 카드로 사면 나중에 쿠폰이 나온다고 스타벅스 카드를 만들 것을 권유했다.(골드 멤버인가 되면 원두 구매 시 오늘의 커피 쿠폰이 나온다.) 그래서 솔깃한 할머니는 카드를 만들고 원두를 구매했다. 다음날 출근하니 할머니와 할머니 아들 같은 사람이 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대화라기보다 손님은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이유는 왜 늙으신 분을 속여서 물건을 파냐는 것이었다. 아니 설명을 다 드렸는데 왜 그러지 싶었다. 출근하자마자 나는 당시 근무자라 응대를 이어 맡았다. 하필 해당 직원은 마침 휴무였다. 어찌 되었든 먼저 자초지종을 듣고 나니 마치 직원들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며 실망했다고 연거푸 성질을 부렸다. 더 얄미운 것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뒤에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싸움을 관전했다. (아니, 할머니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세요ㅠㅠㅠ) 나도 맨 처음에는 천천히 설명했지만 그분은 이미 들을 생각이 없었다. 한 시간을 넘게 환불 요청을 했지만 먹히지 않자 마지막까지 화를 내며 하던 말이 떠오른다. 


"별다방 외국계 기업이라 정직한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네요. 다신 이용 안 합니다. "


네, 제발 오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이 굴뚝같았으나 감정 소모가 심해서 출근한 지 한 시간 만에 넉다운됐다.


아악! 적당히 좀 해!


EP3-원두가 맛없어요.


 이상하게 바쁠 때 진상고객은 찾아온다. 이때 나는 음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샷 하나 넣고 시럽 넣고 우유 넣고 스팀 하고 블렌더 돌리고 아주 정신이 없다. 근데 갑자기 포스 담당 바리스타가 점장님을 찾는 손님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책임자가 나였고 점장은 휴무인데 매장을 와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실상 점장은 없는 사람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원두를 환불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라고 하니까 개봉을 해서 먹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설명을 해서 끝까지 응대를 해야지!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시 규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자꾸 점장을 찾는다고 해서 결국 나는 Bar를 나와 내가 지금 책임자니 나에게 말씀하시라고 했다. 그러는 동안 손님은 계속 오고 음료도 밀려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님을 만나서 일단 이유를 물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책임자인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원두가 맛없어서 환불받으려고요."

'띠용?!??????????!!!!!!!!!!!!'

 뭐 그럴 수 있다 고치고 제품 불량이 아니고서 이미 개봉한 원두에 대해서는 환불해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역시 강적이었다. 이야기를 이십 분 정도 했지만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맛없다->점장-> 맛없다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점장님이 오셔도 해결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완강했다. 이 와중에 Bar를 보니 음료는 밀려가고 더 이상 손님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수없이 사무실에 있는 점장을 불렀고 다시 Bar로 들어가 30~40분 동안 갈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손님은 아직도 점장과 실랑이 중이었다. 처음으로 점장 편에 서고 싶었다.


EP4-거짓말을 상대하는 법


 지금은 없어졌지만 해피아워라는 스타벅스의 큰 행사가 있었다. (지금은 해피스타로 별 더 주는 행사로 대체) 2~3시간 정도 음료 반값 행사를 하는 것인데 찾아보면 인터넷 기사로 문 밖으로 길게 줄을 선 스타벅스를 봤을 수 있다. 해피아워 당시 우리 매장 사진이 있는데 차마 올릴 수 없어 안타깝다. 여하튼 이 날은 정말 긴장해야 하고 전 직원이 출근을 한다. 이때 지역 매니저가 매장 한 곳을 방문해서 도와주는데 아주 운이 더럽게 없게 우리 매장에 왔다. 덩다라 베테랑 점장도 긴장ㅋㅋㅋ. 여하튼 나는 포스를 맡아 목이 쉴 정도로 손님을 응대를 하고 겨우 끝났다. 2~3시간 동안 말을 계속 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후 행사 시간이 지나고 한 손님은 본인이 끝나기 4분 전에 왔었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못 샀다고 했다. 그래서 할인을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포스를 계속 지켰기에 손님이 말한 시간대는 손님이 없던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여하튼 손님은 얼굴색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그 당시 너무 지쳐서 둘러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대신 쓸데없이 솔직하게 "죄송합니다. 그때 아무 손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손님은 여전히 태연하게 "아 그래요"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나 같으면 무안해서 갈 텐데 그 손님은 계속 매장에서 앉아있었다. 직후 뒤에서 보고 있던 지역 매니저는 왜 손님을 무안하게 하냐고 지적을 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 


'아... 여긴 직장이지...!'


(훔칠) 목표를 포착했다.


EP5-오늘도 잘 훔쳐갑니다.


 우리 지역에는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컨디먼트 바를 물품을 다 털어가는 도둑이었다. 컨디먼트 바는 파우더, 티슈, 시럽 등이 있는 공용 Bar이다. 이 손놈은 항상 컨디먼트 바 물품을 노렸다. 우리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도 돌며 싹 비워갔기에 아주 유명인사였다. 꽤나 자주 출몰하는데 나는 운이 없게도? 입사 후 몇 달 뒤에나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장이 급하게 컨디먼트 바로 뛰어가 놀란 채 점장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 나도 처음으로 직접 목도하게 된 것이었다! 그 유명인은 아줌마였고 더운 여름에 둥근 챙 모자를 푹 눌러쓰고 파란 점퍼를 입었다. 그리고 큰 플라스틱 가방에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휴지를 다 뽑고 파우더 통을 열어 자신이 가져온 통에 담아 가고 있었다. 점장은 손님을 제제하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날뛰었고 손님은 대꾸 없이 듣다가 조용히 뒤돌아서 갔다. 평안한 그 모습을 보고 악의라기보다는 병이 있구나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방인의 새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