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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y 28. 2020

누구를 위한 면접인가

면접관님 정말 주무시는 겁니까?

 (1) 면접장으로 가면서

 

 5월 27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면접을 보았다. 난 경쟁력있는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면접 기회 한 번 한 번이 소중해 긴장을 엄청했다. 이전에 면접을 몇 번 보았지만 내가 면접을 본 회사 중 가장 큰 회사였다. 그래서 기대감도 컸다. 최근 서류 탈락을 연달아 5번 맞아 멘탈이 깨진 상태라 더 간절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여러 회사 면접 중 하나 혹은 경험 삼아 보는 면접, 뭐 상관은 없다만 나에겐 많은 것이 걸린 면접이었다.


 12시 40분에 시간을 배정 받았었다. 오후 시간이라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침 일찍 봤다면 정신 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잠을 잘 이루지를 못한다. 면접 전 날은 계속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고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10시 정도에 도착했다. 이렇게 일찍 나온 이유는 면접 준비 마무리도 할 겸 여유를 두고 긴장감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 카페에는 면접자들이 곳곳에 있었고 카페가 마치 면접 대기실 같았다. 좀 처럼 긴장이 안풀려 친구 두 명에서 전화를 걸었다. 한 친구는 덤덤한 응원과 함께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한 친구는 온갖 농담으로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2) 면접 대기실에서 


 성큼성큼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연수원 건물에서 소독 절차를 받고 면접 대기실로 향했다. 코로나 여파로 넓직하게 자리가 띄어져 있었다. 책상에는 회사 제품들과 물이 놓여있었고 나는 물만 들이켰다. 다른 지원자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와중에 신기하게도 몇 분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태연하게 직원들과 인사하는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또 다시 기나긴 기다림, 오전의 면접도 시간이 걸려 조금씩 뒤로 밀려지고 있다고 했다. 1시가 넘자 오후 면접이 시작되고 내 이름은 예상치 못하게 첫 번째로 호명되었다. 나 포함 3명은 뭔가 어설픈 모습으로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 예절을 듣는 면접장 앞 대기 의자에서 겨우 1분 가량 앉아있었지만 진짜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똑똑똑 문이 열리고 3분의 면접관을 마주했다.


(3) 면접장에서 

 

까칠한 면접관, 온화한 면접관, 나이 많은 면접관 이렇게 3분이 앉아계셨다.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방이 넓어 목소리가 울렸고 잘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낀 상태라서 정말 정말 정말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다. 초집중한 상태로 면접은 시작되었고 온화한 아저씨가 먼저 진행을 맡아 어떤 부분을 맡고 싶은지, 자기소개, 영업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성공 사례를 질문하셨고 까칠한 아저씨는 직무 중심으로 깊게 물어보셨다. 공부를 해갔지만 세밀하게 방안을 물어보는 질문에 적잖게 땀을 뺏다. 


 사실 이것보다 더 땀이 낫던 일은 온화한 아저씨의 성공 사례 답변 때 였다. 나는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큰 한숨 소리를 들었다. 순간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할말을 잃어버렸다. 말을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황했서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온화한 아저씨가 괜찮다고 말을 계속 해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횡설수설하며 대답을 마쳤다. 


 그 한숨 소리의 주인공은 나이 많은 아저씨였다. 이 아저씨의 황당 포인트는 또 하나 있었다. 처음부터 졸고 급기야 자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주로 쓰는 고개 떨구기 졸기 스킬을 사용하셨다. 나중에는 온화한 아저씨가 '상무님' 하고 부르는데도 듣지 못했다. 아마 그 모습을 보고 나 뿐만 아니라 옆에 두 지원자도 황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아쉬웠다. 대답을 잘 못했고 그래서 나를 잘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면접이 개인 당 10분 남짓한 시간으로 짧게 끝나버려 머리 위로 물음표가 가득했다.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는 대답 시간만 고려해보면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고 대기실로 돌아가 면접비를 받고 바로 나왔다.


(4) 면접장을 나와서


 너무 아쉬움이 남아서 면접을 같이 봤던 지원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아쉬움을 털고 싶었다. 지원자 분은 친절했고 나의 말을 천천히 들어주셨다. 우리는 면접 내용과 요즘 취업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연거푸 지원자에게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한참을 걸었다. 그 분은 고맙게도 나에게 잘했다고 걱정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다. 지하철 역에 다다르고 합격하자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도 힘들었다. 탈이 날까 점심은 걸렀고 긴장감이 풀리면서 잊고 있던 피곤함이 몰려왔다. 여기서 혼자가는 귀가길에 쓸쓸함까지 더해졌다. 지하철에서 서서가면서 잠을 자던 면접관이 계속 떠올랐다. 그를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라 피곤했을까? 야근을 해서 피곤했을까? 직급이 엄청 차이나 만날 일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나? 처음부터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 내 대답이 진부했나? 그래서 한숨을 쉬었나? 난 뭘 잘못한 걸까? 머리 속이 정말 복잡했다.

 

 그 면접관 하나로 회사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높은 직급의 사람을 보면 회사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데 나는 이런 사람을 윗사람으로 모시고 살아야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또 한번 회사가 너무 싫어졌다. 


 그래도 붙어야된다라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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