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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y 29. 2020

백일몽세대

우리에겐 도피처가 필요하다

내 숨결은 진분홍색.

숨을 내쉴 때마다 세상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미답의 길을 걷는 나에게는

두려움은 먼 이야기.

믿음으로 생각을 죽이고

몇몇의 감정의 모가지를 잘라내었지.

흥건히 흘린 피가 모여

충혈된 세상은 나의 전유물이자

그대의 행복이었네.

온전히 나로 채워가는 기쁨

주체할 수 없이 저 대양 속으로.

그리고 우리 안에

영원히 기억되었다는 후문.


 우리 때때로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 성취감의 조건의 생각해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이어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결과여야했던 것 같다.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고 또한 원하는 결과를 얻었더라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성취감은 반감될 것이다. 조건을 좀 더 달아보자면 노력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큰 노력없이 얻은 결과들, 예를 들어 복권이나 교수 잘 만나서 운 좋게 맞은 학점들을 생각해보면 난 크게 기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쁘더라도 금방 잊혀지는 기쁨들이었다. 


 이렇게 3가지 조건만 달아도 성취감을 얻을 일은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브런치 작가 등록된 것도 정말 기뻤고 취준생으로 서류 합격도 기쁜 경험이었다. 브런치같은 경우는 2017년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었다. 이후 계속 시를 썼고 글도 쓰면서 실력을 키웠고 블로그도 운영하면서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3년 후 나는 작가로 승인 받았다. 물론 3년 내내 꾸준히 노력했던 것은 아니지만 글을 놓지않고 있던 내가 대견하다.


 다음으로 바로 오늘 한 대기업에서 서류 합격을 했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우수수 떨어지고 면접 본 것도 크게 망하고 온지라 사실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자소서를 쓰는 것도 하기싫고 좋아하던 글도 쓰기 어려웠다. 사실 이럴수록 시의 내용처럼 감정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했지만 역시 내 자신은 큰 적이었다. 이런 와중에 예상치못한 합격 소식이 오고 가라앉아있던 기분이 높이 뛰었다. 그리고 예전에 썼던 이 시가 떠올랐다. 


 백일몽,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직,간접적으로  충족되는 비현실적 이루어지는 꿈을 말한다. 예전에는 도피가 나쁘게만 쓰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모든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현실에서 도피해서 잠시 쉬다가 다시 에너지를 얻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퇴사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워라밸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백일몽으로 떠나는 것이 아닐까.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퇴사를 생각하는 것은 생업을 고려했을 때 꿈과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세상은 이제 백일몽이 필수인 세상인 것 같다. 경쟁은 더 치열하고 경기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죽을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 잠시 자신만의 백일몽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도전하여 언제 올지 모르는 성취를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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