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째 이직 후 한 달 후기

이직하길 잘했다.

by ONicial Kes

이제 이직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3주 정도 일하고 이제 설 연휴를 보내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작년의 괴로움을 다 있을 만큼 말이다. 문득 전 여자친구는 새로운 여자친구로 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처럼 새 회사로 전 회사를 잊어가고 더불어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묶어둔 것을 스스로 풀어낸 느낌이다. 그리고 얼마나 전 회사가 안 좋았는지 좋게 말해서 나와 맞지 않았는지 깨달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입사 전 2주 그리고 입사하고 처음에는 정말 많은 부담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적응이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각오는 했지만 부담감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SI에서 인하우스로 바뀌었고 사람들도 직장 위치도 크게 바뀌었다. 같은 IT지만 환경을 송두리 째 바꾼 것이다.


일일이 비교하자면 SI에서 인하우스로 전환은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전 직장에서는 무조건 빨리빨리이며 빨리 하지 못하면 무능으로 치부하는 나쁜 문화가 있었다. 근본적으로 프로덕트에 문제가 있음에도 그것을 개선할 생각은 없었고 뗌 질식으로 일하고 프로덕트의 이슈를 운영의 부채로 메꾸며 매일 이슈를 마주해야 했다. 지금 회사에서 와 보니 이런 이슈를 안고 가는 것이 얼마나 기이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기술상 문제로 인한 반복된 문제와 반복적인 운영 리소스 소모가 큰 이슈였지만 어느 그 누구도 이 것을 해결할 의지 아니 지식조차 없었다. 물론 인하우스에도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처 자체의 하자로 인한 반복적인 문제를 겪지는 않았고 목표는 어떤 피처를 개발하여 우리가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 차지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주였다.


그리고 사람! 정말 일하는데 같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늘 남 욕하기 바쁜 사람들,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들, 협력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 더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정말 넌덜이 가 났다. 애초에 일 이야기하는 것이 책임 떠밀기의 장이 되고 일을 하러 온 것인지 놀러 온 것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참 원망했다. 내가 더 잘했다면 여기는 오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다. 어느 직장이든 이런 정치가 없을 리 만무하고 일의 일부라고도 생각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 하지만, 이직해 온 곳은 달랐다. 한 달 만에 모든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회사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눈에 보이는 책임 회피를 논할 필요는 없었다. 눈치 주는 사람들도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없었다.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정말 감사한 환경이었다. 적어도 누굴 비난하는 소리를 그만 들어도 되고 나 역시 그럼 비난에 화낼 일도 누굴 욕할 일도 없어져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문화 역시 너무 달랐다. 같은 한국 회사가 맞나 싶었다. SI/SM 무한 야근 지옥, 야근이 당연한, 야근 안 하면 일을 안 하고 자기 계발을 안 한다고 믿는 사람들 속에서 참 의아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라 믿고 당연시하는 모습에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 사람들이 본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틀 안에서 벗어나거나 의문을 표하면 이상한 사람이 돼버리는 그 문화? 그 분위기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일은 무조건 힘들어야 일을 하는 것이고 고생을 해야 일이라는 낡은 관념에 젖어 벗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물론 일은 힘들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누구는 그 일 속에서 성취를 얻고 또 다른 일 혹은 더 큰 일을 할 동기를 얻는다. 그리고 때로는 뜻하지 않게 무언가를 이루기도 한다. 혹은 괄목하게 뭔가를 이루지는 않더라도 작은 성취가 모여 내면에 고스란히 또 다른 무언가를 해낼 힘과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서로 같은 목표를 위해 애쓰며 협력의 가치를 알고 조금 오그라들지만 동료애를 느끼기도 한다. 또 서로에게 배워가며 서로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무슨 교과서에 나올법한 이상적인 이야기도 치부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더 높은 성과를 위해서 갖춰져야 당연시되는 기반이다. 이런 환경에 있음에 나는 삶에 감사함을 느꼈다.


복지도 정말 달랐다. 전 회사에는 복지란 게 없었다. 지금 이직한 회사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직원들을 위한 마음은 느낄 수 있는 복지들이 있었다. 제일 큰 것은 출퇴근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시~11시 사이에 와서 8시간 일하고 가면 끝인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 출퇴근 시간에 목을 매는 이전 2 회사와는 너무 달랐고 아마 여타 다른 회사에도 드문 일일 것이다. 유급 병가 3일, 신입 사원은 3개월마다 1일 연차 제공, 식대 20만 원 지원 등 따지고 보면 다른 기업과 비교해 사실 크게 별게 없지만 적어도 눈치 보면서 출퇴근, 연차, 병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침에 병원, 은행을 편히 다녀와도 되고 저녁 약속이 있으면 빨리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복지였다. 출퇴근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은 직원에 대한 큰 믿음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대표라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대표를 2번 정도 보았는데 처음 들어와서 잠깐 커피챗을 하였고 나머지 한 번은 지난주 점심에 소고기를 사주었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안된 직원이 회사 크기를 막론하고 대표랑 2번이나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게 신기하고 솔직히 한편으로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직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직원들이 잘해줘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고 회사는 직원들이 일을 잘하기 위해 서포트해야 한다는 원칙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서포트는 참 회사마다 달랐는데 바로 AI 활용에서 크게 느꼈다. 전 회사는 밑도 끝도 없이 AI를 사용하라고 극성이었다. 실무를 모른 채, AI를 사용해서 공수를 줄이라고 압박했다. AI가 와이어프레임, 정책, 디자인을 다하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리냐는 논지였다. AI가 그렇게 해줄 수 있다면 실무자들이 먼저 빠르게 사용해서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사람들 었다. 이번 회사도 AI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 주었다. AI를 활용해서 일의 시간이 단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몇 번의 프롬프트로 앱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디자인을 해주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고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요할 뿐 만 아니라 기존 프로덕트 내용을 모르는 AI에게 어떻게 학습시킬지는 여전히 큰 과제이다. AI는 분명히 훌륭한 도구임이 확실하지만 아직 이 도구 사용을 극대화하여 비즈니스에 가시적인 영향력을 표출시킬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는 단계가 아니라 그 결과물을 내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지금 AI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회사는 AI 회사와 극소수의 빅테크, 반도체 회사 뿐이다. 실상 우리 주변에는 AI를 활용한다는 뉴스기사만 있을 뿐, AI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여 성공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결과물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AI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커서, 클로드 코드, 이제는 오픈 클로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무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나는 사실 아직 그 형태나 사용 환경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AI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다. 여하튼 이번 이직으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모든 것이 더 나아졌다. 집이 성남인 나에게 홍대에서 선릉으로 직장 위치 변경은 정말 큰 체감 요소였고 급여도 오른 것도 참 다행이었다. 불과 몇 달 전 이직의 불안을 안고 있었고 솔직히 이 회사를 붙고도 급여에 대한 불만족 고민했던 날들이 길었었는데 다른 부분에서 만족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어렵게 좋은 곳으로 옮겨온 만큼 이곳에서 뭔가 해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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