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고르는 일

소개팅보다 더 어려운 일

by ONicial Kes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회사 고르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다. 처음 구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신입이다 보니 헤드 헌팅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저 일을 할 곳을 찾기 바빴다. 물론 단순하게 일만 시켜주면 갑니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획자 경력을 쌓을 곳이면 급여, 복지, 사람, 위치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취업 시장은 어려웠기 때문에 그 때의 나에겐 최선의 판단이었다. 참 오래 헤매고 첫 회사에 들어가 1년 그다음 회사는 2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깨달은 것은 좀 더 지속 가능한 회사에 다닐 필요성이었다. 그런 마음가짐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다시 회사를 찾는 입장이 되어 회사를 다시 고르는데 마치 필터 기능처럼 나에게는 이전과 다르게 더 많은 필터 옵션이 생겼다. 살아남으려면 배워야 했고 아쉬움 없이 살려면 돈도 많이 필요했고 출퇴근이 편하기 위해 위치도 중요했고 좋은 동료며 복지 사항도 고려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모두 고려했던 것들이지만 필터를 추가할수록 길을 좁아졌기에 내려놨던 것들이었다. 그래도 경력을 쌓고 나니 길이 아주 조금...! 넓어진 것을 체감했다. 헤드헌팅 업체에서 연락이 조금씩 오기도 지원하면서 많이 떨어졌지만 이전보다는 면접 보는 곳도 늘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나 좋은 조건으로 오퍼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뭐 사실 아무리 좋은 직장도 아쉬움은 있긴 마련이겠지만 그런 대기업이나 빅테크 기업 조건보다는 좋지 않아 뭔가를 필히 포기해야하는 나에겐 더 복잡한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모두 중요한 옵션들인데 뭔가를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회사에 최종 합격하고도 나는 계속해서 회사를 찾았다.


최종 합격한 회사가 있으니 편해지고자하는 인간의 본성이 깨어난 건지 그렇게 준비도 노는 것도 아닌 2주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결론은 냉정하게 연락 오는 회사의 레벨이 올라가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가 결정적이었다. 스타트업 박람회지만 인원 10명 이하의 너무 스타트업이거나 50~100명이어도 너무 주니어만 있다거나 난데없는 성장을 강조한다던가, 여기저기 열정을 강조한다던가였는데, 제일 열받는 건 요즘은 야근이라는 말이 열정을 치환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박람회를 가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고 떠드는 것이었는데 20대에서 30대 초반 직원들이 거의 주류라고 하고 열정이 넘친다고 하는데 이게 뭐가 장점이라고 떠드는 것인지 듣는 사람을 오히려 조롱하는 것 같았다. 한결같이 저런 회사의 평은 체계가 없이 동아리같다고하거나 회사 대표는 야근을 안하면 일을 안한다고 생각하는 회사였다. 야근을 혐오하면서도 2년 내내 야근과 함께했던 나로서는 회사 돌아가는 꼴이 눈에 훤했다.


결국 깨달은 것은 원점으로 돌아와 이제는 포기할 것들을 받아드려야한다는 것이었는데 다 포기하고 최종 선택은 위치였다. 뭐 사실 동료나 성장은 들어가 봐야 아는 것이고 변수가 많았다. 결국 내가 안정적으로 택할 수 있는 것은 인하우스로 이직, 직장 위치 정도뿐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보니 그 회사가 그 회사였고 연봉, 동료, 워라밸, 도메인 모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고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제는 고르기보다는 집중할 때라는 스위치가 켜졌던 순간이었다.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아무리 블라인드, 잡플래닛을 뒤져도 어딜 가나 빌런이 있고 어딜 가나 손쓸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것 받아들여야 했고 회사 레벨 자체를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고르는 일은 소개팅에 비교하는데 실상 소개팅 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회사는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문제였다. 마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과 애써 잘 지내야 하는 상황이라 느껴졌다. 누구나 어려워하는 일이지만 내 성격 상 참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한 지금도 여전히 회사 정보를 찾아보고 붙은 회사들도 다시 한번 보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고민의 데드라인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 글을 끝으로 단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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