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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Feb 16. 2021

'을'의 실수는 용서받지 못한다.

한능검 후기의 이상한 전개 

     타자를 두드린 지 정말 오랜만이다. 넷플릭스 인간 수업에 대해 쓴 지 한 달이 넘게 지났고 그 사이 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 컴활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합격 후 내 발자취를 남길 수 있어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나는 이번 시험 후기와 왜 91점을 맞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는지 적어두려고 한다.


-나는 잘한 걸까 못한 걸까?


     내가 이번 시험을 보면서 합격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컸던 이유는 나에게 독기 혹은 끈기가 조금 부족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서 100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나의 자만심이 실망스러웠다. 그 자만심 속에서 실수가 발생했고 나는 안 틀려도 될 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머지 틀린 문제들도 내가 조금만 더 끈기를 갖고 공부했으면 100점은 아니더라도 몇 문제 더 맞힐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내 목표치만큼 노력하지 않고 욕심만 컸던 모습에 부끄러움이 컸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가채점을 하고 난 뒤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왜 난 합격한 91점에도 나는 왜 잃은 9점에 대해 집착하는 걸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끝난 시험, 마음 편히 합격의 기쁨을 즐기면 좋으련만 기뻐할 만한 여유를 잃은 지 오래된 것 같다. 다음에는 컴활 시험을 봐야 하고 NCS 시험을 봐야 하고 전공 시험을 봐야 하고 마치 게임 단계처럼 다음 보스를 처리하듯이 해내가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실수조차 뭔가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을'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으니 말이다. 만약 내가 이 같은 실수를 다시 한번 하고 더 높은 기준인 시험이라면 탈락의 쓴 맛을 초래할 수 있다. 한능검 준비 기간 속에서 가산점 5점을 받기 위한 고군분투는 정말 살 떨린다. 1년의 6번 기회로 이번에 탈락하면 2개월을 기다리고 2개월이 지나면 상반기는 끝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완벽에 가깝게 영어, 한국사, 한국어, 컴활, 기사, 전공 등 다방면에서 해내야 한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큰 시험이지만 따고 나면 그 가치는 5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5점이 없다는 출발 레이스에 설 수도 없다는 건 슬픈 현실이다. 조금은 각박하다고 느끼는 이 현실이 진짜 현실이라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이 조금 무섭다. 우리는 실수 없이 해내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어떻게 사람이 실수하지 않을까 싶지만 회사는 말한다 실수하지 말라고. 실수하면 네 책임이라고 할 말 없게 만드는 사회, 취준생의 답답함은 여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나였지만 나는 돌고 돌고 또 돌아가고 있는 나이다. 


-51회 후기


     내가 본 회차는 51회로 시험 전부터 이야기가 많은 시험이었다. 이번 한능검 시험은 코로나로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사람들이 안정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아무래도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기업, 공무원 쪽에서 한능검 시험이 필수적이다 보니 이번 응시자가 사상 최대 이로 인해 접수 당일은 서버가 다운되었고 추가로 고사장을 열었음에도 접수하지 못한 인원이 많았다. 운 좋게 접수하더라도 집 근처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도 수두룩하였다. 홈페이지에는 사과문까지 올라오고 꼭 응시 안 해도 되는 사람은 다음 회차에 보라고 권고문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상황이 꽤나 심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다행히 당일 무려 2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 F5 연타 결과로 집 근처 모교에서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시험보다 접수가 어려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다음으로 난이도를 이야기하자면 51회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몇 가지 아리까리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틀렸어도 충분히 90점 이상의 고득점은 가능한 시험이었다. 나는 시험 보기 전 이번 시험이 쉬울 것이라고 과감하게 예상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었다!) 쉬울 것이라 예상했던 이유는 일단 50회가 역대급을 어려웠기에 51회는 조금 난이도를 낮출 것이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이번 접수 대란으로 어렵게 내기는 조금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접수와 시험 난이도는 무관할지 모르지만 괜히 어렵게 냈다가 가뜩이나 안 좋은 민심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쉬운 시험 시작 30분 만에 50문제를 모두 풀었다.


-난이도


그럼 한능검의 전반적인 난이도는 어떨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시험 자체가 어려운 시험은 아니다. 여기에 시험 자체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해보자면


1. 선지를 꼬지 않는다.


    기출을 풀어보면 알겠지만 선지를 꼬지 않아 선지 소거법으로도 풀 수 있고 사료를 잘 해석했다면 관련 선지를 쉽게 집어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정답 같은 선지가 하나 있고 전혀 딴소리하는 선지 4개를 주기 때문에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4개가 조선 시대에 관한 이야기고 1개를 고려 시대를 주는 식이 많다. 게다가 선지에는 거짓이 없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의열단에서 문제가 나왔을 때 김원봉이 영릉가 흥경성 전투에서 승리(실제는 양세봉이 이끈 전투이다.)를 거두었다는 식의 거짓 선지가 없다. 선지 모두 실제로 벌어졌던 역사적 사실이기에 헷갈린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2.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수능과 비교하자면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난이도가 높은 부분인 조선시대에 예송이나 환국을 다룰 때도 대략적인 흐름을 배울 뿐 구체적으로 인물이나 각 사건에 대해 깊이 다루지 않는다. 사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교양 수준의 시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 기출문제 선지가 반복된다.


    난이도가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전 기출문제에서 나오는 선지가 반복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만 마스터해도 어느 정도 점수대를 보장할 수 있다. 게다가 심리적으로도 보던 선지가 나오면 빠르게 시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수험자에게 유리하다.


-공부기간


    공부기간은 경험상 최소 3주 이상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개념 강의를 돌리고 한번 다시 회독을 하고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 검토하기까지 빠듯하게 3주 정도 걸린다. 나는 역사를 공부한 지 오래되어서 4주 정도 잡고 공부를 했었는데 어느 정도 공부가 됐다고 느끼고 자신감이 올랐을 때가 3주 차였고 시간이 남아 오히려 4주 차였던 때는 다른 공부를 병행했다. 하루에 최태성 강의를 5회분을 듣고(회차마다 시간적 차이가 있지만 보통 30~50분 사이이다.) 시간으로는 4~5시간은 할애했다.


    가끔 후기를 보면 2주 안팎의 기간으로 합격했다는 후기를 적는 사람이 많은데 결코 2주의 시간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시험 준비 기간을 짧게 하고 싶고 한능검 시험이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종종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낯선 사료를 제시한다던가 새로운 선지가 추가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50회 , 44회, 41회 등은 까딱하다 1급을 놓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는 회차이다. 시험 난이도에 따라 합불을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대신 절대평가에 합격이 중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실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사람이 짧은 기간에 땄으니까 나도 빨리 따야겠지라는 생각보다 3주 정도 시간을 먼저 잡아두고 준비해 가면서 기간을 플러스 마이너스할 것을 권한다.


-책과 강의


    유튜브에서 최태성 강의를 들으면 된다. 내가 다른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냥 최태성 강의를 들으니 만족스럽게 시험 준비를 하였다. 총 40강이고 강의도 다른 시험에 비해 긴 편도 아니라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태성 강의를 추천하는 것은 책이다. 나는 기본 개념서 상, 하 그리고 기출문제 500 해서 총 3권을 샀는데 이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책 구성이 깔끔하고 정말 수험자에게 도움이 되게 만들어놨다. 기출문제는 홈페이지에 있지만 해설이 중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출에서 하나하나 모르는 것을 찾는 것보다 해설집이 정말 잘되어있어 시간 절약을 획기적으로 할 수 있다. 



/요즘 글 쓸 여유가 없어서 삶의 즐거움 역시 줄어들었다. 서랍장에 쌓여가는 글이 많을수록 마음의 짐이 늘어가는 느낌이다. 어서 털어낼 날이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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