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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r 08. 2021

첫 유럽: 더블린부터 런던까지(1)

고생 80% + 재미 20%

  19년 1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반복된 생활에 염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학교 개학 그리고 방학 그리고 다시 개학 4년 간 해왔더니 이제 좀 쉬나 싶었는데 취업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직 취업 준비도 안됐고 지칠 대로 지쳐 뭘 다시 해볼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그러다 문득 유럽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한 번쯤 가본다는 유럽을 취직하면 정말 못 갈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면 오랫동안 시간 빼기도 힘들고 퇴직하려면 30년 정도는 걸린 텐데 그건 너무 머니까 지금 당장 빨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 다니면서 머릿속에만 상상해왔던 일을 갑자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평소 좋아했던 축구나 보러 가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임했다. 스타벅스에서 번 돈을 모두 모아 그리고 식당,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또 모아 모아 먼저 항공편을 예매하고 다음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매했다. 큰돈을 써본 적 없는 나는 돈 벌기는 어렵고 돈 쓰는 것은 쉽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손흥민을 볼 수 있어...!

 막상 유럽 여행을 가자는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유럽에 가서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려면 휴양지를 가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여하튼 어디로 갈까 하다가 나는 외국인 교수님이 수업 중 보여주신 아일랜드 사진이 기억나 아일랜드를 첫 목적지를 삼았고 그다음 축구 보러 런던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정말 무계획의 절정이었다. 많이 돌아다니기 싫어서 숙소도 4군데만 정했다. 아일랜드-더블린에서 일주일, 아일랜드-골웨이에서 5일, 영국-밸파스트(북아일랜드)-3일, 영국-런던(잉글랜드)에서 7일 정도 머물기로 했다. 한국 사람은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자주 돌아다닌다는데 게다가 대표적인 여행지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단 아일랜드를 가는 것부터가 조금 남다른 선택이었던 것 같다. 



걱정으로 밤을 거의 지새우고 공항에 왔는데 많은 인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는 줄 몰랐다. 공항은 정말 북적였고 생각보다 한참 기다려야 했다. 한 2~3시간 먼저 도착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졌다. 게다가 치약을 그냥 들고 가서 빠꾸 당했고 약국에서 튜브 사서 공항 한 편에서 쭈그려 앉아 옮겨 담았다. 나 해외여행 처음가요를 홍보하고 있었다.


 

 비행기는 러시아를 경유해서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였다. 러시아 항공편인 AEROFLOT가 평이 안 좋긴 했는데 싸서 그냥 구매했다. 근데 막상 타보니 장거리 여행은 돈을 들여 좋은 항공편을 구매하는 게 여행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좁은 건 좁은 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많고 대혼란. 게다가 자도 자도 도착하지 않는 러시아. 돈은 역시 많을수록 좋다.


 

진짜 시베리아 한 복판을 지나가면서 여기서 추락하면 그냥 죽는 거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첫 번째 식사가 나왔는데 역시 맛있을 수가 없는 항공 식이 었다. 대충 챙겨 먹고 말았다. 



나름 한국을 생각해서 초코파이를 챙겨주었지만 치킨은 한국스럽지 않았다. 원포인트 레슨, 한국은 일단 매워야 한다. 그 동유럽 특유의 애매한 맛이 진하게 느껴져 먹기 그랬다. 나중에 돌아올 때도 버거킹에서 이 맛이 똑같이 나서 반 먹고 버렸다.


진짜 진짜 고생해서 러시아 도착. 생각보다 안추워서 이 것도 편견인가 싶었다. 경유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아일랜드 가는 비행기 타려고 전력 진주했다. 공항은 어찌나 넓은지 체크인은 정말 오래 걸리고 인생 경험을 몰아서 하고 있었다. 더블린은 다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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